칙과폭과칙

2025년 8월 4일 나의 마음

by 슴도치



칙칙폭폭

나는 요즘 이상하다.

별 것 아닌 것에
화를 잘 낸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오로지
너를 향해 내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화를 내긴 했지만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원래 연비가 안 좋았던 차가
더 안 좋아진 기분.

혈압이 170이 넘은 지
오래되었다.
의사는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아직은 술이 내 약 같은 게
더 문제다.

자주 기억을 잃는다.

너는 요즘 다시
다시 예전처럼 오래 자고
곧잘 피곤해한다.

다시 내 잔소리를 피하고
내 화를 피하고

자주 굴속으로 들어가는
산토끼 같다.
너의 기다란 귀에 대고
말하고 싶다. 다시

도망가지 말고

나 좀 안아줘.


너는 또 나와의 약속을
잘 어긴다.

금쪽같이 지키기로 해놓고
금쪽이가 되어간다.

늦잠을 자고
시간을 어기고

다시 게으름을 피운다.

핑계가 생기고
변명이 늘어간다.

그 모든 게 나에게는
태우기 위한
연료가 된다.
점점 거센 화를
뜨거운 온도.

증기기관차의
엔진이
위험한 온도까지 높아져 간다.

칙칙폭폭

나는 내가 어디까지
견딜지 알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또
뜨거워진다.
냉각수 없이
한없이 올라가는

나는 또 칙칙폭폭

당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무작정 돌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아프다면 나만 아프고 싶은
나도 아프고 당신도 아프고

당신도 아프고
세상도 아프고
아, 좋아요. 그래도 병원 매출은 잔뜩 오르겠네요.
선생님 여기 온 김에
저한테 혈압약 한 움큼만
처방해 주세요.

제 몸을 식힐 게 필요해요.

굴 속에 들어간 당신의 꼬랑지.
나는 그 꼬랑지가
너무 슬퍼요.

칙칙폭폭

나 좀 안아줘요.

나는 그 말을 하지도 못하고
저 철길 끝까지 달리려고

그러는 동안에도

당신은 늦잠을 자고
약속 시간을 어기고
게으름을 피우고

나는 잠도 잘 수가 없다.
딱 맞는 시간에
역에 도착하지만
멈추지 않고

다시 다음 역으로
칙칙폭폭

화 좀 내지 말아요,

그 말만 오늘 두 번이나
각기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나는 쉽게 달궈진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가슴의 엔진이 무작정
달리면
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나는 다시 달린다.

칙칙폭폭

그러면 당신은
꼬랑지까지
숨기고
여기 없다-

나는 당신이
숨은 걸 알면서도

당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칙칙폭폭
달려간다.

나 좀 안아줘요.
뜨거운 나를

어느 밤에
굴 속에
얼굴을 불쑥 밀고
들어가면
잠을 자던 당신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잠결에
내 얼굴을
차갑게-
차갑게-
쓰다듬곤
하는 것이다.

덥히고
식히는
유일한 손길.

기차가 철길 위에
멈춰 선다.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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