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처럼 터져 나온 사랑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끓여준 국을
먹었다.
먹으면 기침이 날 정도로
매콤한 국이었다.
당신은 이 국을
기침국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단어가 좋아서
기침이 나올 때마다
웃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당신과 나의 땅이 넓어져서
나라가 되었다.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함께
기침국에 모여 살았다.
서로에게
숨길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국을 떠먹는 저녁이면
나는 온종일
숨겨왔던 것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당신께 보여주었다.
당신은 고양이처럼
잠을 자면서도
내 말에 모두
대꾸를 해주었다.
나 기침 한번
당신 기침 두 번
기침을 할 때마다
눈앞이 반짝반짝
하였다.
어느 날 저녁에는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다가
당신 주려고 따놓은
별사탕을 바닥에 떨구기도
하였다.
떼구루루 굴러가는
그것들이 모여
작은 은하수가
되었다.
반짝반짝한 당신이
웃다가 기침을 하였다.
내가 기침을 하다가 웃었다.
은하수의 나라
우리는 번갈아
숨기지 못할 것으로 남았다.
숨길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들
기침을 멈춰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회의장 같은 곳이었는데 자꾸 기침이 나와서 은근히 회의를 방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리를 피할 수는 없고 여간 난처했던 게 아니다. 작은 요정들이 목을 간지럽히고, 인간은 속마음은 잘도 감추면서 기침 같은 건 숨길 수가 없구나 하는 얄팍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생리작용 같은 감정들이 갑자기 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웃긴 것은 부정적인 감정은 속일 수가 있는데 긍정적인 감정은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싫어하는지는 알 수가 없어도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어떻게든 알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사내연애는 당사자를 빼고 다 안다고 하지 않던가.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도무지 당신을 좋아하는 일이 감춰지지 않는 게 기침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서툰 솜씨로 어릴 때 먹었던 국이라며 ‘기침국’을 끓였을 때도 나는 내 목을 간지럽히던 작은 요정들을 떠올렸다. 기침을 하면서도 기침국이라는 이름 때문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만이 매번 나를 울리고 웃긴다. 간질간질.
사랑은 때때로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를 위해 끓여주는 국,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 졸린 눈꺼풀을 올리며 내 말에 답해주던 목소리, 주머니에서 꺼낸 별사탕 봉지, 일상성 안에서 둘만 아는 서사는 거대하고 치명적인 하나의 나라가 된다. 우리는 매일 영토를 넓혀간다. 사랑이라는 정복자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국처럼 덥히고 기침처럼 숨기지 못한다. 어느 때 기침소리는 상대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럼 당신도 마주 기침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숨길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당신 주려고 따다 놓은 별사탕이 떼구루루 구르고 그것은 은하수처럼 펼쳐진다. 우리는 그 위에서 우리만의 우주를 만든다. 기침 같은 웃음소리. 간질간질. 당신이 내게 무작정 달려와 꽉하고 안길 때가 있다. 그 또한 기침처럼 숨기기 힘든 당신의 뜀박질이다. 이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숨길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감정이
몸 안 깊은 곳에서 튀어 올라온다.
간질간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