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의 바깥

안과 바깥의 자리, 그 경계선의 존재

by 슴도치


나는 정문에서부터 제지를 받았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종업원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덩치가 컸지만 공손했고 그래서 더 경계심이 생겼다. 철로 된 정문은 높고 거대했다. 그 옆에 검은 개들이 앉아있었다. 아마 나와 같은 사람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검은 셰퍼드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 눈동자 안에는 이미 내가 물어뜯기고 있었다. 나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적당히 기회를 볼 작정이었다. 곧이어 화려한 차들이 줄줄이 들어왔고 고급스럽고 근사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문으로 들어갔다. 종업원들이 좌우로 도열했다. 폭죽이 터지고 주변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어두워질 때는 그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또 다른 차가 굉음을 내며 들어왔다. 그들은 앞차를 거의 들이받을 뻔했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멀리서 봐도 굉장히 취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노래를 부르며 돌았다녔다. 마치 움직이는 폭죽 같았다. 종업원 한 무리가 우르르 나와 그들을 안쪽으로 데려갔다. 나는 그 소란을 틈타 눈여겨보고 있던 쪽문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는 와인 향과 칠면조 고기 냄새가 났다.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몇 백 년은 된 것 같은 돌계단이었다. 그러나 너무 급한 나머지 위에서 내려오는 여자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만 부딪히고 말았는데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일어나서 위를 향해 뛰었다. 가까운 곳에서 셰퍼드가 컹컹하고 짖었다. 또 폭죽이 터지고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발끝으로 뛰었다. 그러나 계단은 층계가 많았고 원형으로 되어있어서 빨리 뛰면 뛸수록 그 원심력에 의해 위가 아니라 바깥으로. 더 바깥으로 떠밀려 나가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욕망과, 바깥으로 밀려나는 존재


거절을 많이 받아본 편이다. 희망 고문도 마찬가지. 대부분 그런 것들은 한 묶음으로 온다. 내 자리라고 생각한 곳이 ‘너 따위가?’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었나? 이 모든 게 착각이었을까? 답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질문들은 민망함과 절망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집요하게 나를 찌른다.



나는 정문 안에 들어가 살아본 적이 없다. 늘 쫓기고, 쫓아내고,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이었다. 두꺼운 철문과 나를 막는 손짓과 개들의 난폭한 눈빛은 내 자리가 저기 저 바깥이라는 걸 말없이 확인시켜 준다. 쪽문이 아니고선 들어갈 수도 없는 그곳은 분명 내가 아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다. 그런데도 그곳으로 왜 들어가고 싶은 걸까. 그리고 나는 왜 더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로 올라가려는 의지와 힘은 바깥으로 떠밀려 나가는 원심력으로 치환된다. 결국에 나는 그 돌계단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 끊임없이 돌고 돌 수밖에 없는 원심력으로만 작동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와 제도, 혹은 관계의 문턱일 수 있다. 누구는 쉽게 지나가지만, 누구는 이유 없이 막히는 문. 나는 개에게 물어뜯기는 고통 속에서 내 자리를 알게 된다. 눈부시게 환했다가 불빛이 사그라들면 그전보다 더욱 어두운 법이다. 희망의 불꽃이 찬란할수록 실망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것처럼.



내가 들어가려고, 올라가려고 했던 자리가 내 자리일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남의 자리이기 때문일 수 있다. 온전히 내가 만든 자리가 아니라, 빛나는 저 자리가 탐났기 때문일 수 있다.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건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 자리를 가져봤자 나는 또 누군가의 아류, 떠돌이일 뿐이다. 높이 올라가고, 크게 성공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 본능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능만 쫓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 자리는 어디일까. 하지만 자꾸 밖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라면 그 안에는 내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다. 헛도는 그 자리. 어쩌면 바로 그 자리가 또 다른 것이 시작되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모든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달리라는

행복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넘어져도, 밀려나도

어느 결에 일어나

다시 달린다면


그 끝은

내가 만든

나만의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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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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