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와 삽과 별

파헤침과 잃어버림에 대하여

by 슴도치

들개였다. 처음에 한 마리였던 것이 요즘에는 몇 마리나 되었다. 근방에 사는 사람이 적었다. 길에 나설 때는 삽을 들고 다녔다. 들개 무리와는 집 밖에서. 들에서. 좁은 길에서 마주쳤다. 그것들은 일정한 거리에서 짖기만 할 뿐 달려들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덫을 놔두고 쥐약만 뿌려두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개는 유독 흰색이었다. 아마 맨 처음에 나타난 놈이었을 것이다. 색인 바랜 붉은색 목줄.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렸던 증거. 나도 그랬다. 흰 놈이 나를 빤히 보고 컹컹 짖더니 유유히 들 쪽으로 가버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이었다.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내가 준 목걸이를 항상 차고 다녔던 사람.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들개처럼 떠돌지 몰랐다. 사랑은 들에도 강에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돌멩이 같은 것만 주웠다. 언젠가부터 삽을 들고나가 땅을 팠다. 마치 거기에 숨겨둔 것이 있는 것 마냥. 새까맣게 젖은 흙이 나올 때까지 팠다. 몇 마리 들개가 주변을 맴돌았다. 삽 끝이 커다란 바위를 건드렸다. 그 반석盤石은 꼭 미리 짜둔 관처럼 평평했다. 나는 그 위에 누워보았다. 구름이 탁한 강처럼 흐르고 들개 몇 마리가 얼굴을 비추고 돌아갔다.



밤에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나는 문간에 둔 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들개의 안광이 집 주변을 둘러쌌다. 그것들은 평소보다 가까이 있었다. 짖는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꼭 사람들이 떠드는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참을 수 없이 땅을 파고 싶어졌다. 삽이 땅을 후벼 파면 그것은 잃어버린 사람의 살갗처럼 부드러웠다. 밑으로 내려가고 내려가서 또다시 반석에 가 닿으면 죽음. 내 부박한 마음도 당신에게 진심이 될까. 주변이 조용해지더니 흰 놈이 울타리를 넘어 마당으로 들어왔다. 놈이 낮게 으르렁 거렸다. 송곳니가 삽처럼 길어졌다. 컹컹! 내 속에서 새까만 흙이 나올 것처럼 부글부글하더니 와! 와봐!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 흰 놈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와! 와봐! 하늘에 별이 모두 들개처럼 내게 쏟아져 내렸다.









우리의 줄은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가. 나의 목줄을 잡아당기는 사람. 내 목숨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건 내가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든 묶여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돈이든 가족이든 인간은 기어코 어디에든 자신을 묶어 놓는다. 그리고 그 목줄이 풀렸을 때 우리는 들개와 다를 바가 없다. 주인을 잃은 개는 들개가 된다. 사람을 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독하게 외로움을 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언제나 애달프다.



땅을 파는 행위는 삶과 죽음이 정확하게 교차된다. 우리는 농작물을 심기 위해 그리고 죽은 사람을 매장하기 위해 땅을 판다. 살아가려고 혹은 죽음을 마무리 지으려고.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땅을 파는 걸 수도 있다.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싶어서. 하지만 그 땅은 더 팔 수 없는 반석 위에 있다면, 거기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도, 심을 수 없다. 그로 인해 살기 위해 판 땅은 또다시 죽음의 땅이 된다. 마지막. 거기 누워서 하늘은 내 시각 안에서 좁게 흐른다. 마치 내가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시간처럼.


주인을 잃은 개나 사람을 잃은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 나는 사람이 개처럼 우는 것과 개가 사람처럼 우는 것을 구분할 수가 없다. 그 슬픔의 질량은 애달픔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도망 자체로는 도망칠 수가 없다. 나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대상을 마주 봐야 도망이라도 칠 수 있다. 나는 나의 들개를 마주 본다. 그 마주 봄으로 나는 들개가 되고 별이 되고 삽이 된다. 진실들, 그 외면하려고 했던 진실들이 내게 별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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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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