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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03. 2024

겁이 난다

의욕 없음

무기력증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저하 등의 일련의 증상.



.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다 놓아버리고 싶어."

"지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들. 누가 좀 깨끗하게 리셋해 주세요."

"당장 해야 할 어려운 디자인 과제들, 잘하고 싶은데 맨날 막히는 느낌 들어서 너무 힘들고 지쳐."

"과제할 거 많은데 지금 이렇게 쉬어도 되나?"

"포트폴리오 디자인 업그레이드 해서 다 만들면 원하는데 취직이 되긴 할까?"

"지금 나 잘하고 있는 건가. 왜 자꾸 가슴이 답답하고 시원하게 진도가 잘 나가는 느낌이 안 드는 거지?"




무기력증이란 사람에게 나타나는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일련의 증세를 말한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 또는 동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 요즘 이런 증상들이 꽤 자주 나타난다. 이른 아침에 갑자기 뜬금없이 깊고 어두운 동굴에 빠지는 듯한 기분과 어이없게 이유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하고, 아침뿐만 아니라 분명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울컥 눈에 눈물이 맺히는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숨을 크게 쉬어야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고, 갑자기 난데없이 지금 하고 있는 취준의 모든 것을 다 손 놓아 버리고 싶을 때의 빈도수가 꽤 많이 생기는 요즘.


"원래의 나 같지 않은 순간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사실 취준의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지고, 잘하고 싶고, 잘 견뎌내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데 취준의 무게가 결코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 사실은 스스로 좀 과하게 몰아세우고 채찍질하는 부분이 많다. 근데 그 모든 해야 할 일들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는 것도, 분명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도, 스스로 너무 잘 알아서 이 극강의 간극을 조절하는 것이 요즘 가장 큰 난제다.


한 번씩, 아니 요즘은 꽤 자주 무기력증이 성큼 다가온다. 아니 급습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사실 되게 겁이 난다. 이 감정조차 가지는 시간 자체도 너무 아깝고 사치처럼 느껴지니까.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오는 불안정적인 감정마저도 무시하고 억압하고 있다.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에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일단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증상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여기면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확연히 예전보다 힘이 많이 빠진 느낌이다. 이젠 바람이 잔뜩 들어가 팽팽한 풍선이 아닌 어느 순간 바람이 빠져 공기가 조금밖에 없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부정적인 인지가 형성이 되어가는 과정인 느낌.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무기력이 심하게 급습하고 조금 짙은 우울을 동반한 내면이 흔들리는 불안이 심하게 오는 날이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될까. 이렇게 해서 과연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의 대한 무한 걱정 도돌이표가 된다. 또 2019년 5월쯤 했던 짓을 반복한다. 스스로를 향해 끊임없이 뾰족하고 차갑게 날이 선 상태로 부정적인 질문을 해댄다. 다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주르륵 흐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괜찮니? 너 지금 괜찮아? 괜찮은거 맞아?"라고 말이다.



요즘 원인불명의 이유로 머리가 꽤 자주 아픈 것도 증상일까. 가끔은 숨을 쉬는데 왼쪽 심장이 시큰거리고 아리면서 제대로 숨 쉬는 것도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숨을 참다가 단계적으로 몰아내 쉰다. 아무리 많이 자도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식욕이 증가하거나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 하루에 1끼 먹는데 식욕이 또 많이 없어졌다. 이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다. 그리고 부쩍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많이 자도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마음이 조급하고 어떤 일에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데 요즘 나를 생각하면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신경이 더  예민하고 쓸데없이 과민반응 한다. 청각 자극에 예민한 편인데 평소보다 주변의 생활 소음이 더 크고 날카롭게 들리며, 신경과민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예민의 범위인 한계가 조금씩 넘어가 약간 흘러넘치는 느낌마저 든다. 뾰족뾰족했던 가시들이 더 뾰족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최대한 힘든 감정은 받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것마저 조절이 되지 않으면 나 자체가 아얘 소멸될 것 같다.




'완벽주의자' 또는 '일중독자'에게 '무기력증'이 자주 생긴다고 위키백과가 얘기한다.


완벽주의를 이루기 원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자신을 향해 높은 기준을 설정하여 보다 높은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것을 중심으로, 질서와 정돈을 원하는 성향으로 정의하였다. 이런 심리 상태의 사람을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해결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에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배울 점을 찾아 노력하는 것으로 무기력증을 견뎌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학생 때부터 완벽주의었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도, 발표도 난 항상 남들보다 설정했던 기준이 높았고, 교수님이 제시하신 과제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기준의 평가 수준을 100% 도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몇 배는 노력했다. 노력해서 결과가 좋으면 남들에게 '우와', '와 대단하다.' '역시'라는 탄성과 교수님들께 칭찬을 받으면 인정받는 느낌에 기분이 엄청 좋았다. 그 기분이 거의 이틀이나 삼일 정도 갔다. 그 인정이 주는 감정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에너지를 쓰고 힘을 뺄수록 뭔가 마음속에 꼭 혼자 꽉 가지고 있던 공기와 팽팽하게 바람이 가득 차있었던 풍선이 어디 구멍이 나서 점점 힘없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흐물흐물해진 것처럼 말이다.   


개인의 특성 중 하나인 완벽주의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두 가지를 모두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개념적으로 모호하다. 하지만 대부분 완벽주의 연구자들은 완벽주의가 수행이 완벽하기를 원해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잡고 과업을 수행한다고 본다. 완벽주의가 기능적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과 성취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그러한 성취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거나 위기의식, 소외감, 소진, 불안 등을 유발한다.


위키백과는 정확해도 너무 정확했다.


완벽주의는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완벽하게 해내려는 정신 상태로, 남들과는 다르게 훌륭하게 일을 해내려는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져 일을 무사히 마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을 지닌 사람들 중 일부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손도 대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기준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으면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폄하하는 기질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애초에 완벽하게 결과물을 완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으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심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깎아내린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성공과 완벽. 인정의 욕구가 큰 만큼 실패를 할수록 자기 비하의 강도가 더 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참 열심히도 살았네 3월 ,  ,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은 빠른 두뇌회전과 훌륭한 판단력을 지녔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세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권태감을 겪기 쉬우며, 뛰어난 역량을 갖췄음에도 자신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인간이 대다수이다. 이런 성향은 자신을 채찍질해 끝없이 발전시키며 타인이 보기에 당사자를 뛰어난 두뇌를 가진 우수한 인재로 비치게 하나 정작 본인은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여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겪는다.


"나 자신이 남들 눈에 괜찮은 것보다 나한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이유는 남들보다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완벽주의'의 성격적 기질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더 힘들수록 채찍질을 하고, 자신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그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면 결국 탈진해서 기절의 연속. 보다 못한 주위의 만류에 아주 힘들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조절이 쉽지 않다.



조직 구성원으로 완벽주의자의 비합리적인 신념인 개인의 승인 욕구, 자기에 대한 높은 기대, 좌절 등이 조직 구성원의 정서와 행동에 개입하여 스트레스와 소진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완벽주의와 소진 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자기 지향적인 완벽주의자들이 기준을 높게 설정하여 평가를 매우 엄격하게 하며, 실패를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즉, 완벽해지길 원하는 동기를 가짐으로써 쉽게 우울증에 걸리고, 자기 비난을 과하게 한다.


'성취'와 '인정'과 '칭찬'이 너무 좋아서, 완벽주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려면 의무적으로 쉬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 때는 좀 빡세고 힘들게 하고, 놀 때는 아무 생각 하지 않고 확 놀아버리기. 비록 무기력의 급습과 우울의 현기증은 여전히 불안을 다 어르고 달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떡하리. 내가 가지고 있는 내 감정인데 알아서 잘 처리해야지 뭐 어쩌겠어" "이건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는 거잖아."라는 마음뿐이다.



'일과 쉼의 균형'

앞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으려면 가히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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