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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r 29. 2024

쪽팔림의 예후

닭똥 같은 눈물

가고 싶은 출판사의 자소서를 쓰고 그 출판사의 블로그에서 출간했던 책의 4000개 이상의 글을 블로그에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그 출판사에서 아주 열심히 책을 만들고 책에 미쳐 기획안을 만들고 보고서를 올리고 매일 야근을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일에 미쳐 일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해서 일에 미치는 워커홀릭이 되어 있는 커리우먼의 미래의 내 모습. 꽤 멋있어 보이지 않나? 근데 가끔은 의무적으로 쉬어줘야 될 것 같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꽤 교양 있는 준거집단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과

그들과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책의 대한 이야기들을 하며, 수준 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과

내 커리어의 대한 꿈의 대해서 그들과 더 깊이 있게 얘기하고 싶은 기분.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가치 있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가고자 하는 방향의 인생 나침반을 더 정확하게 키우는 요즘이다.






"성공하고 싶다."

"잘 되고 싶다."





서울의 그 많고 많은 카페 중에서 왜 하필 스타벅스 었을까.

스타벅스만 보면 그 지랄 맞은 메인 작가님의 목소리와 눈빛, 말투, 태도의 4박자가 아주 환상적으로 기분 더럽게 생각이 난다. 애꿎은 스타벅스만 불쌍하게. 세상에 스타벅스가 얼마나 많은데.


짜증 나게 스타벅스 볼 때마다 그 쪽팔렸던 순간이 생각날까 봐 또 마음 한편 깊숙한 곳이 시큰거리고 꽤 많이 따갑게 느껴질 것 같다. 같이 얘기하시던 메인 PD님이 볼 일 있으시다며 먼저 인사를 하시고 카페를 나가시고 불과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짧았던 찰나.


2023년 8월의 서울은 메인 작가님 앞에서 이 세상의 자존심은 다 세운듯한 표정과 눈빛으로 쪽팔리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과 시간이 절대 잊히지가 않는다. 그 쪽팔림의 예후는 반드시 성공하고 싶은 독기를 한층 더 깊게 생성되게 했던 어쩌면 아주 큰 계기 었다. 기존에 내재되어 있었던 성공의 열망은 얌전하고 차분하게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 사건이 잠자고 있던 마음속의 불씨를 더욱더 강하게 화르륵 불타오르게 했다. 어찌 됐든 결론은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를 더 강하게 가지게 해 주셔서 “작가님. 진짜 감사해요.”다.





그러나 그때,

그 순간만큼은.


그 뜨거운 눈물이, 그 흘러내려오는 강렬했던 쪽팔림이, 딸이 기어코 서울서울 노래 불러서 서울에 취직을 했는데 메이저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 되었다고 그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던 엄마의 사랑 가득한 눈빛이, 손녀딸이 방송 작가가 되었다고 엄마한테 실시간으로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축하한다고 전화했던 할머니의 그 기쁜 목소리의 자랑스러움을, 서울에 직장 잡았다고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쌌던 내 마음을.


작가님이 처참히 짓밞는 것 같았다.

아무 흔적도 없이 아주 깨끗하게 말이다.  


가장 가슴 찢어졌던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 끝나고 엔딩 크레딧 내 이름이 올라갔을 때의 그때 그 순간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갈 때다. 이름이 아주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는 그 순간이 스스로가 너무 빛낯었는데. 여기까지 온 게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졌었는데. 지금까지 이 설레는 일 하고 싶어서 열심히 치열하게 내면을 탐색하고 꿈 이루려고 학교를 바꾸고 전공을 바꾸고 지난 4년 동안 악착같이 힘들어도 열심히 달려온 게 너무 뿌듯했는데. 작가님이 정말 한없이 미웠고 싫었고 너무 속상했고 또 속상했다.


나는 그 격하고 요동쳤던 감정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작가님 때문에. 그 지랄 맞은 작가님 때문에 대학 생활 동안 내가 힘들게 쌓아놓았던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가 처참히 흘려내려 와 나노미터의 먼지 쪼가리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내 존재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찰나의 스쳐 지나갔던 그 엔딩 크레딧이 주는 짧은 순간의 내 이름이 머리에 아주 깊은 곳에 박혀있었나. 그래서 하염없이 그렇게 서럽게 눈물이 났었나.


작가님 앞에서 겁나 쪽팔리게.

지금까지 난 그때, 그 순간을 절대 쉽게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쪽팔림의 예후는 어쩌면 내면을 더 단단하게 해 주었던 과정이었고,

더 독하게 단련시켜 준 큰 시련이었으며, 크게 흔들렸던 그날의 흔들림은 어느 순간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형성되게 했다. '방송 작가'라는 직업이 꼭 다큐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언젠가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예능 작가'와 '라디오 작가'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지금은 출판사에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직업적 커리어의 꼭대기를 찍는 그날까지.

쪽팔림의 예후를 기억하고 악착같이 성공하리라. (+ 물론 개인적 성취 욕구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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