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안정의 간극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고
“아 어쩌라는거야아야야야야야아악”
와중에 4년 만에 만난 이 진중한 남자는 계속 생각난다. 카톡도 진짜 0.001초 만에 해준 남자가 처음이었다.
카페랑 밥을 더치페이 안 한 남자는 진짜 2n년간 처음이었다. 심지어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눈에서 뜨거운 광선이 나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처음이었다. 그 눈빛이 너무 뜨거웠던 기억에 계속 보고 싶은 건가. 당장이라도 타버릴 것 같은 눈빛과 자신감 가득한 모습과 함께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 남자의 행동이 그동안 사막같이 건조하고 빙하처럼 차가웠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함을 넘쳐 아주 흘려 넘쳤다. 그 짧은 순간이 그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을까. 자신감 있는 모습이 멋졌고 왠지 든든했고 뭔가 상대에게 꽉 잡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운전할 때 오른쪽 손의 연한 청록색 핏줄이 설렜다. 운전하는 것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그 남자의 박력도 설렜을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강력했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뭘 한 거야?”
“이 남자 도대체 뭐지?”
그의 자신감 있는 태도와 뜨끈 미지근한 다정함은 지금까지 마음을 오랫동안 숙성시키기엔 아주 달콤한 무기였다. 그래서 현재 시각 기준. 시간은 어느덧 따뜻한 봄날에 벚꽃이 휘날리는데 좁디 좁은 내 마음은 아주 총체적 난국이다. 연락해서 상처받을까 '불안'하면 이 남자의 (받지 않는?) 일관성 있는 행동에 '안정'된 마음의 반복. 다행히 요즘은 불안과 안정의 간극이 좀 줄어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칠흑같은 어둠의 잔잔함과 고요함이 가득했던 마음의 호수가, 이 남자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리게 마음의 일렁이는 물결의 너울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물결이 자아내질수록 '안정'되기 시작한다.
근데 이 자아내는 울림의 안정이 싫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큰 파동을 기다리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이제 슬슬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행동으로 곧 옮겨야 될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말이다. 블로그에 도서리뷰도 써야 될 것 같고, 인스타 계정을 곧 만들어 카드뉴스도 제작해야 될 것 같은 느낌. 올해 목표한 권수의 책도 꾸준히 읽어야 될 것 같고 자소서 수정하고 포트폴리오도 새로 만들려면 몸이 몇 개는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이 만만찮은 세상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다. 불교를 믿진 않지만 가끔 가족들이랑 절에 가면 마음에 평화와 온화함을 느낀다. 포트폴리오 디자인을 한다는 부분이 글자랑 친한 나에게는 아직 센스도 없고 감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시간 내서 더 노력하고 있다. 강사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시면 그 과제하고, 또 다른 과제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2~3배 노력 중이다. 안되면 또 하고 좌절했다가 또 하고, 또 하고 정확하게 알기까지의 반복 수레바퀴.
너무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요즘 또 부쩍 들기 시작한다. 때문에 디자인을 하는 부분에 있어 꼼꼼하게 작업을 안 하는 것과 본인 마음에 충족되지도 않는데 제출을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있어 일러스트와 포토샵 기능을 정확하게 못하고 넘어갔고, 하루하루 넘어가는 진도량에 허덕여 정작 기능을 꼭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나씩. 천천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작업 과정이 늦더라도 꼼꼼하고 퀄리티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디자인이란 분야는 나에겐 애정으로 한다기보다는 아직은 '오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근데 좀 신기한 건 오기로 하다 보면 작업물이 예상보다 괜찮게 나온 것 같으면 또 그 이상의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력할 예정이다. 디자인의 '디'자도 몰랐던 내가 이 분야의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 게 생기고, 그 알아가는 과정이 미래의 나를 위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진 않다.
"미래의 대한 나의 예의"
현실을 살아갈 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게,
시간을 더 아껴 쓸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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