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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암동 김치찌개

by 김운용 Nov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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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점심시간을 앞두고는 잠시나마 고민이 깊어집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점심시간이 한시간이라 멀리 갈수도 없고 주변에서 찿아야만 하니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닌데 고민은 매일 반복됩니다.


사실 머리짜서 골라봐야 거기서 거길지라도 눈을 감고 곰곰히 떠올려 메뉴를 초이스해봅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부대찌개 아니면 짜장면 또는 짬뽕, 바지락칼국수, 여름엔 막국수와 콩국수 등 이 추가되지만 대부분 집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다보니 식당골목을 향해 가면서도 갸웃갸웃대며 여전히 갈등하곤 합니다.


성질 까칠한 누군가가 아무거나 가까운 곳에서 먹자는 단호한 한마디를 뱉어내면  여태껏 진지하게 고뇌하던 모습들은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고 줄줄이 가까운 아무곳이나 속없이 따라 들어갑니다.


결국은 기껏해야 중국집이나 찌개백반집인데도

다들 가까운 식당을 이의없이 따라가고마는 이유는 특별한 거 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일찍 먹고 쉬고 싶어섭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전 조금 멀더라도 가끔씩 찾아가는 식당이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한 곳을 오늘 소개할까 합니다. 맛도 맛이거니와 주인이 좋은 사람이란 점에 끌려서 횡단보도를 세군데나 건너는 귀찮음을 무릎쓰고서 찾아 가는 겁니다.


종암경찰서 뒷골목에 있는 10평 조금 넘는 크기의 밥집인데, 어머니와 아들 단 둘이서 함께 일을 합니다. 어머닌 주로 주방안에서 조리를 맡고 아들은 써빙을 하는데 달걀말이만은 아들이 직접 만듭니다.

총각이 만든 달걀말이는 우유를 채에다 넣고 달걀과 섞어 갈았는지 아주 곱고 부드럽습니다.


메뉴는 김치찌개 동태찌개 딱 두가지뿐이며 가격은 8000원입니다.

대개 이름난 맛집들은 규모 크니 재료도 좋고 능력있는 요리사가 조리도 하고  Sns나 블로그를 이용한 광고효과까지 톡톡히 덕을 보게 됩니다만 종암동 김치찌개집은 그런 광고 엄두도 못내지만

찌개를 한냄비 먹고나면 특유의 개운한 맛때문에 나중에 한번 더 오자 그런 뒷맛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알려지지않은 숨은 맛집들은 종암동 김치치개집처럼 대개가 관공서 근처 뒷골목 이나 운전기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사식당들 주변에 숨어있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맛집이라 규정하는게 다를순 있습니다.


종암동 김치찌개 식당에 들어서면 착하고 순진하게 생긴 총각이 주문을 받습니다. 곧 마흔살이 된다고 하는데 서른도 안되 보일 정도로 선한 얼굴로 일흔이 넘은 노모를 도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좋고 대견했습니다.


둘째아들이 너무 착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것도 자제해가며 식당일을 열심히 도와 고맙고 기특하지만 결혼을 아직 못해 애틋하다며 어머니는 끝말을 흐렸습니다.


갈때마다 실없는 소리를 먼저 던지며 모자와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좋은 사람들임을 알게되어 조금 멀더라도 기왕이면 가끔이라도 찾아가자 그런 기분으로 갑니다.


여늬 김치찌개에 비해 국물이 찌개보다 국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물이 목에 걸리는거 하나 없어 맛이 진짜 담백합니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하나 없고 묵은지에서 풍기는 군내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오래되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순간적으로 열이 빨리 전도되기 때문에 일차로 주방안에서 높은 가스불로 끓여와 다 익혔지만 렌지에 살짝 더 끓여주니 열이 그대로 유지가 되서 그런지 정말 맛이 있습니다.


돼지고기 묵은지 두부에 파가 김치찌개 재료의 전부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어머님의 고향은 충남 논산 대둔산 아랫말에서 태어나 둘째 아들이 돌이 갓 지날 무렵에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금까지 30년 동안 오로지 김치찌개 동태찌개만을 조리해왔다고 합니다.


지난 달에 대둔산 산행을 다녀왔다고 했더니 대둔산은 충청남도 논산 금산과 전라북도 무주 진안 등 네 지역에 걸친 명산으로

산지와 평야를 끼고 있어 인근마을들은 농산물도 다양하고 음식맛도 좋은 곳이라며 어머니가 은근히 자랑을 하십니다.


가게가 좁아 손님을 많이 받을수 없어 큰돈을 벌진 못했지만 아들 둘 키우고 만족하고 사신다면서 휴일엔 아들쉬라고 일하고 와서 피곤할텐데도 팔을 걷어부치고 주방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있어 힘이 덜든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어머니 입가에 웃음이 살짝 비쳤습니다.


종암동 김치치개집과는 관계없는 일인데 아주 드물게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는데,


우선 멸치대가리를 물이 끓을때 먼저 넣고 좀더 끓었을때 김치 돼지고기를 넣은 다음 끝으로 파와 두부를 넣고 끓였더니 다들 맛있다고 호평을 해주었습니다.


맛있었다고 호평을 해 준 사람들이 나의 형제자매들이란 점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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