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 좀 이상한 것 같아.
남편: 왜? 무슨 일이 있어?
아내: 아니, 내가 인사도 할 겸 일주일 전쯤에 집에 있던 떡을 접시에 담아서 줬거든.
남편: 그런데?
아내: 그런데 며칠 전에 낮에 누가 초인종을 누르길래 나가봤더니, 옆집 여자가 뭔가를 가져왔더라도. 내가 준 떡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남편: 뭘 가져왔는데?
아내: 내가 줬던 떡이랑 똑같은 떡을 가져왔더라고.
남편: 근데 뭐가 이상해?
아내: 아니, 내가 그 떡을 준 이유가 우리 집에서 아무도 그 떡을 먹지 않아서 준거거든.
남편: 그런데?
아내: 그런데 똑같은 떡을 다시 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야.
"당신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지금 방금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말을 들은 순간 당신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기분이 좀 나쁠 것이다. 평소 '난 원래 나를 위해서만 사는 사람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사람조차도 그렇다. 스스로 빨간 머리라고 말하고 다니던 빨간 머리 앤도 자신을 빨간 머리라고 하면 화를 냈다. 원래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과 누군가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기적이란 평가를 들으면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빠지게 될까? 이기적인 것인 나쁜 것이란 판단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는 이기적이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일까?
혼란스럽다. 생각해봐도 그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부터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꽤나 긴 여정을 시작해보자.
우리는 흔히 사람들의 행동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편이다. 하나는 이기적이라고 평가하고 다른 하나는 이타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이기적은 것은 욕을 먹는 편이고 이타적인 것은 칭찬을 듣는다. 그럴 만하다.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이기적인 것은 악한 것이고 이타적인 것은 선한 이유가 아닐 뿐이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남들이 이타적일수록 나에게 이득이 되니 당연히 칭찬을 하고, 남들이 이기적일수록 내가 손해를 보게 되니까 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좀 헷갈리긴 한다. 이기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을 나누는 기준점이 상대방의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처한 입장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똑같은 행동도 나한테 이득이면 이타적, 나한테 손해면 이기적이 되고 만다.
친구가 쓰던 물건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나에게 줬을 때, 그것이 내가 꼭 갖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 친구는 정말로 '나를 생각해주는' 이타적인 사람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나 역시도 그 물건이 필요가 없을 경우라면 결국 나한테 쓰레기를 버리려고 시도한 '괘씸한 행동'이 되고 만다.
우리는 너에게 좋은 것이 우연히 나에게도 좋을 때 그것을 이타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반대로 너에게 좋은 것이 우연히 나에게 좋지 않을 때 그것을 이기적이라고 정의한다. 이 표현의 중심은 '나에게 좋은 것'이지, 결코 '너에게 좋은 것'이나 '너에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단지 우리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남도 좋아할 것이라고 여기고,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남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착각이다. 이득과 손해의 판단은 각자마다 꽤나 많이 차이가 난다.
누군가는 돈 손해에 매우 민감하고, 누군가는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고, 누군가는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기회를 잃는 것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따돌림을 당하는 것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비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에 민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똑같은 관점에서 타인을 평가한다. 같은 행동을 봤더라도 내가 보기에 아까우면 상대가 손해를 보면서 그것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내가 보기에 아깝지 않으면 상대가 이득을 얻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기엔 너무도 명백한 손해로 여겨지는 것을 선택하는 누군가를 보면 그 사람이 온전히 '이타적일 수'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사실 이런 오해는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매주 자주, 그리고 크게 영향력을 끼칠 때가 많다.
나는 가능하면 '너를 생각해서' 이타적으로 사는데, 너는 틈만 나면 '너만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굴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갈등하고, 싸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
내 머릿속에서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 너는 나쁜 사람이 된다. 그래서 평소엔 사소한 갈등만 생겨도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한 '나쁜 친구'를 비난한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너는 왜 그렇게 너만 생각하니?",라고 하면 너무 깊게 찔리고 만다. 평소에 욕을 했던 것만큼 찔린다. 자신이 갑자기 평소에 그렇게 욕을 해 오던 비난의 대상과 동급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가 이기적이라고? 그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하지만 나는 이기적인 존재를 매우 싫어해.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한 나를 싫어할 거야. 어떻게 하지? 더욱더 노력해서 그들에게 내가 이타적인 존재처럼 보여줘야 할까? 지금도 이미 많이 힘든데 어떻게 더 이타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답이 없어... 힘들다. 아, 저기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라고 쓰인 책이 있네? 저 책을 읽어 보자. 그래, 내가 이기적인 것이 뭐가 잘못이야? 하지만...
비록 착각이라고 해도 사람이 이타적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원래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믿음이 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믿으면 믿을수록 그리고 내가 이타적일 수 있다고 믿거나, 타인이 더 이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우리는 점점 실망하고, 분노하고, 억울하고, 복수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다.
그냥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왜 그것을 믿어서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들까? 이제 좀 바꿔보자. 나는 조금 덜 착해도 되고, 남이 조금 덜 착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보자.
우리는 원래 이기적이지만 “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심지어 평소에 자주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어왔던 사람조차도 그렇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타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평소엔 이기적인 사람조차도 아주 가끔은 분명히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왜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이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일까?
나는 못하지만 인류 역사 상 위대한 분들이 행한 대단한 자기희생 같은 것 있잖아,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정신, 아이를 향한 엄마의 모성애 같은 것들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고 있는 거야?라는 등의 반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자, 그럼 기왕 말이 얘기 나온 김에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