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첫 라인의 마무리

박인식 씨는 어디 갔어?

by 시크팍

영등포라인에서 마와리 3주 차를 끝내고 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을 다녀왔다. 교육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면서 라인이 바뀌었다. 혜북라인에서 마와리를 돌고 있었는데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형 마와리 잘 돌았나 보다. 다들 박인식 씨는 어디 갔냐고 찾아.”


영등포라인에 새로 배치된 동기 경제부 이 기자였다. 3주라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준다고 하니 감사했다. 사실, 영등포라인을 3주만 돌고 끝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의도적으로 만났던 경찰을 또 만나러 갔었다. 이전에 두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며 가까워지는 방법은 자주 보는 것이었다. 물론 술 한 잔 걸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만, 차선은 자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와리 3주 차 때는 자주 봤던 사람들이 근무하는 날 해당 경찰서를 찾아갔다.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봐야 영등포라인을 떠나더라도 이들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양천서 관내 한 파출소의 팀장님은 기자들이 파출소는 잘 오지도 않는데 왜 또 왔느냐며 커피를 타 주시기도 했다.


양천서 지구대 한 곳에서는 갈 때마다 먼저 맞아주는 박 순경님이 계셨다. 3주 차 때도 찾아갔는데 여지없이 가장 먼저 인사를 했다. 안에서 다른 경찰들이 나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는데, 박 순경님은 자주 오는 기자라며 팀장님께 안내를 해주셨다. 팀장님과 박 순경님께 다음 주에 교육을 들어간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교육인지 물으셨다. 언론사 수습기자들을 대상으로 2주간 여러 강의를 듣는데 국과수도 간다고 답했다. 본인들도 국과수에 가보지 못했다며 부검도 보느냐고 물었다. 다녀와서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차마 다른 라인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했다. 사실 공식적으로 라인 이동 발표가 있던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선배는 정보보고를 가져오라고 닦달했다. 아침에 일보를 올리고 나면 오늘은 정보보고 하나는 가져오라고 했다. 오전에 마와리를 돌고 점심때가 되면 정보보고는 아직이냐고 했다. 마감보고 때까지도 정보보고가 없으면 왜 가져오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캐물었다. 내가 기자로 입사한 것인지, 첩보원으로 입사한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 했다. 어떻게든 정보보고를 만들어보려고 최근 기사들도 찾아보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당시 여수에서 파출소에 화살총으로 테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연이어 서울에서도 서교치안센터에서 흉기로 경찰을 위협한 일이 발생했다.


양천서 한 지구대 팀장님은 두 사건을 보고 서울과 지역의 차이가 명확하게 보인다고 했다. 서울은 워낙 사건사고가 많아 경찰들도 실전 경험이 많다고 했다. 서교치안센터 건도 경찰은 현장에서 즉각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했는데, 실전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사건사고가 적어 실전 경험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할 수 있다고 했다. 팀장님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서울은 사건사고가 많고, 지방은 사건사고가 적어 편하다는 인식이 경찰 전반에 퍼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선배의 닦달 덕에 3주 차에는 여러 정보보고를 해냈다. 여수 화살총 테러 사건과 관련해 보도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는 정보보고도 했다. 일전에 인지해 정보보고에 올렸던 횡령 사건이 있는데 추가로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도, 새로운 모욕 사건을 인지하기도 했다. 당일에 일어난 실종 신고 해프닝을 정보보고에 올리기도 했었다. 지금 보면 정말 보잘것없이 정리된 내용이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이거라도 해낸 게 어딘가 싶다.


이렇게 짧은 3주간의 영등포라인 마와리가 끝났다. 마지막 주에 강서서에 한 팀장님을 뵈러 갔었는데 팀장님은 지난주에 왔을 때보다도 피부가 많이 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언진재 교육에 들어가기 직전 주말 근무 때 처음으로 취재지원을 나가게 되어 한강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에 같이 나간 영상취재 동기도 나에게 살이 많이 빠지고 피부도 많이 탔다고 했다.


교육 전 마지막 주말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짧은 3주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이야기 한 대로 살도 빠지고, 피부도 탔다. 워낙 많이 돌아다니고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렵던 경찰들과의 대화도 이제는 조금 수월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라인을 옮길 때마다 성장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며 성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배를 만나며, 새로운 경찰을 만나며 성장한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천국 같은 언론진흥재단 교육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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