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사람답게

불안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하루

by 시크팍

천국 같은 언론진흥재단 교육이 시작됐다. 첫날은 10시 30분까지 교육장소로 가야 했다. 불과 이틀 전까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했고, 하루 종일 마와리를 돌며 정신없이 보고를 이어가야 했다. 보고 준비도 없이 느지막이 집을 나서니 어색했다. 어색함을 넘어 불안하기도 했다. 고작 마와리 3주가 지난 뒤였다.


교육을 담당하는 재단 직원분께서는 교육기간 동안은 회사에서 일을 시키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교육 이후 새로운 라인 배치 외에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선배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늘 초조해하는 습관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사라져 갔다.


교육 프로그램도 여유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평소보다 늦게 집에서 나갈 수 있었고,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교육 중간에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편의점에서 사발면과 삼각김밥으로 구성된 ‘마와리 정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며칠 전과는 달리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었다. 재단에서는 매일 점심에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교육 첫날에는 일부로 약속을 잡지 않았다. 여유롭게 쉬는 저녁을 보내보고 싶었다. 막상 쉬려니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코로나 이후로는 영화관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탑건>과 <헤어질 결심>이 흥행 1~2위를 다투고 있었는데, 나는 탑건을 선택했다.


몇 년 만에 영화관에 갔다는 즐거움보다 퇴근 이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기자가 되기 전에는 이런 생활이 당연한 것이었는데 하는 씁쓸함도 느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 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이제 퇴근하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영화를 보고 왔다고 하니 엄마가 말씀하셨다.


“웬일로 사람같이 살고 있대?”


엄마 눈에도 그동안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였구나 싶었다. 여유를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기쁘면서도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교차했다. 기자로 살아가는 것, 이게 맞는 것인지 또 의문이 들었다.


불안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하루를 보낸 뒤 이제는 여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못 보던 지인들과 약속을 잡았다. 교육 2일 차에 이미 2주간의 저녁 약속이 전부 잡혔다. 점심도 신촌에 있는 전 동료들이나 교육장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의 꽃, 국과수 견학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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