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진재 교육을 통해 오랜만에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사람답게 살던 이전이 많이 그리웠다. 그리고 대학병원 교직원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로 전직하기 직전에 대학병원에서 연구 관련 업무를 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시간에 틈틈이 지원서를 써 내려갔다. 이 모습을 본 동기들은 빨리 탈출하라며 부추기기도 했다.
동기들도 언진재 교육 동안은 여유가 있었기에 이렇게 포스터를 만들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사실 지원서를 내면서는 정말로 이직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은 없었다. 합격하고 고민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는 2주 차 목요일이었다. 이날은 교육이 끝나고 동기들과 파티룸을 빌려 MT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정동 교육장에서 MT 장소로 출발하기 전 합격 소식을 동기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인성검사에 응시했다. 몇몇 동기들은 옆에서 지켜보며 ‘오늘이 송별회식이냐’, ‘마와리를 돌며 인성이 파탄 나서 떨어질 것이다’ 등 우스갯소리를 했다.
<강의실에서 인성검사를 하는 모습>
인성검사를 마친 뒤 바로 동기 MT를 떠났다. 도착해서 저녁거리와 술을 준비하는 데 장을 보러 다녀와야 했다. 마침 민트(스쿠터 별칭)를 타고 갔기에 동기와 둘이 민트를 타고 장을 보러 다녀왔다. 헬멧을 쓴 채로 장을 보러 다녀왔더니 영락없이 배달원이었다. 장난으로 장본 것을 안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문 앞에 두고 갈게요~!”
동기들은 이 상황이 재밌었는지 뒤돌아서는 내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그렇게 동기들과의 MT가 시작됐다.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임을 할 때는 적잖이 놀랐다. 대학생 시절 해본 술 게임은 거의 없었다. 처음 접해보는 게임을 동기들에게 배워야 했다. 이때는 한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하던 시기였는데, 왁자지껄 놀다가 우영우가 시작할 시간이 되자 다 같이 드라마에 집중했다.
동기들은 게임할 때 쓰자며 거짓말 탐지기를 사갔다. 탐지기도 방송에서만 봤지 실물은 처음 봤다. 긴장감 넘치게 탐지기를 가지고 놀았지만 술에 취하니 복불복은 중요하지 않았다. 차례가 된 동기가 손을 올리면 빼지 못하게 붙잡고 전기 충격이 올 때까지 버튼을 눌렀다. 붙잡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그저 즐거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도록 놀았지만 다음날 다시 고민의 기로에 서야 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한 병원의 면접 날짜와 새로 배치된 라인의 첫 출근 날짜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나 빨리 포기하는 게 맞는 것일까. 면접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프다는 핑계로 하루 병가를 내고 면접에 다녀와야 할까. 교육이 끝난 뒤 두 번째 라인 출근 전날까지도 이 고민은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면접에는 가지 않았다. 힘들어도 아직 포기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원하던 기자였는데, 어떻게든 버텨내서 입봉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두 번째 라인으로 마와리 복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