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견학, 부패한 시신 그리고 부검
언론진흥재단(이하 ‘언진재’) 교육 3일 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견학을 가는 날이었다. 2주간의 교육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도 수습기자들이 국과수에서 부검을 참관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 기수도 이날 부검을 참관하게 되었다.
원주에 위치한 국과수 본원에 먼저 도착해 동기들을 기다렸다. 정동에 위치한 교육장소 앞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많은 비가 예보된 관계로 자차로 이동했다. 버스가 도착한 뒤 우리는 바로 부검을 참관하기 위해 이동했다.
참관실은 2층에 별도 마련되어 있었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는 수습기자들이 수술복을 입고 직접 부검실에 들어가 참관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흔히 의학 드라마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곳과 비슷하게 부검실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고, 부검실과는 유리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부검이 진행되는 테이블 위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참관실에서는 모니터로 부검 장면을 상세히 볼 수도 있었다.
이날은 총 3건의 부검이 예정되어 있었다. 앞의 2건의 시신은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장례를 치를 때 입관식을 하며 보는 시신 상태와 다르지 않았다. 의료원에 근무할 때 수술 영상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사람의 신체를 열어 장기를 꺼내보는 모습은 처음 보게 되었다. 수술 영상에서 본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시체는 혈액이 순환하지 않다 보니 색깔도 다르고 확실히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부검을 참관한 날은 7월 중순,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었다. 세 번째 시신은 이런저런 천으로 덮여 있었다. 천을 치우니 시신이 굉장히 부패해 있었다. 참관실에서 법의관님 한 분이 설명을 해주셨다. 일주일 정도 방치되었던 것으로 예상되는 시신이라고 했다. 부패해서 천을 덮어둔 것이냐고 물었다. 국과수에서 덮은 것은 아니지만 부패한 경우 악취가 심하거나 체액이 흘러내릴 수 있어 이송이나 보관 과정에서 덮어 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시신을 돌려보니 바닥에 닿아 있던 것으로 보이는 등과 엉덩이 등 뒷부분은 피부도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흉부를 절개해 장기를 꺼내었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앞의 두 시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부검실에 있는 법의관과 다른 직원들이 부패한 시신의 머리를 절개하기 시작했다. 참관실에 있는 법의관님께서 말씀하셨다.
“어! 머리 열면 안 되는데!”
사인을 확인하면서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를 꺼내 절단해 보게 되는데, 부패한 시신의 경우 머리를 절개하면 뇌가 쏟아진다고 설명해 주셨다. 부검실에 신입 법의관이 있어서 보여주기 위해 절개한 것 같다는 부연 설명도 해주셨다. 실제로 두개골을 절단해 열어보니 흔히 아는 뇌의 형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순두부처럼 쏟아져 내렸다.
3건의 부검 참관을 모두 마치고 법의관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법의관님께서는 이번 기수가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다. 참관 중에 한 명도 이탈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도 부검을 참관하다가 기절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제로도 참관을 오는 수습기자들 중 상당수가 참관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가고 구역질을 한다고 했다.
참관 일정이 끝난 뒤 곧바로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속이 메스껍다는 막내 조 기자에게 장난으로 점심 메뉴는 내장탕이나 순두부찌개가 어떻겠냐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조 기자는 손사래를 치며 도망을 갔다.
오후에는 화재감식, 교통사고조사 등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다. 두 강의 모두 최근 일어났던 큰 사건을 사례로 보여주셔서 흥미롭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특히 화재감식에 대한 부분은 사건팀 기자로서 화재사건이 발생했을 때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견학 일정을 마치고 서울이 아닌 본가로 향했다. 원주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올라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비가 너무 심하게 내렸다. 운전을 하는데 코앞의 차선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본가에 도착해서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올라가기로 결정하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술도 한잔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동기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너스레를 떨었지만, 부패한 시신과 부검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