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에는 손바닥 크기 정도의 네모난 스펀지가 하나 있다. 스펀지는 대부분 물에 젖어 있는 상태이다. 나는 나의 스펀지가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물이 떨어질 듯 말 듯 한 상태의 무게감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물기가 너무 많이 차오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최대한 참아낸다.
‘참아야 해,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이문동 삼거리 육교는 이문동에서 외대 입구로 넘어가는 오르막길에 있었다. 오르막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있다. 자동차들은 그 오른쪽 끝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또 들어간다. 그곳을 언제부터 찾아가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나는 그 육교를 일부러 찾아갔었다.
마음이 서러워지면 나는 안절부절했다. 스펀지의 물기가 가득 차버린 날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물기를 짜버려야 한다. 나는 고속도로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속도를 내는 자동자처럼 육교를 향해 달려간다. 멀리서 육교가 보이기 시작하면 반갑고 설레고 안심이 되었다. 육교의 첫 계단을 오르기 전, 심호흡을 하며 여기까지 잘 참아온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올라간다. 의식을 치르듯, 한 걸음 한 걸음 오로지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간다.
이문동 삼거리 육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삼거리에 신호등이 있는 데다가, 가뜩이나 오르막 길이라 굳이 육교로 길을 건너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교 한가운데 서서 차들을 바라본다. 차들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나를 지나쳐 내려갔다. 나는 그 자동차들이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서 좋았다. 또 자동차 속 사람들에게 나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편했다. 난간 바로 앞까지 간다. 난간에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차들은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간다. 나는 달리는 차들 사이에, 도로 한가운데 서 있다.
소리 내서 우는 것이 힘들었다. 소리 내서 울고 싶은데도 소리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내 울음소리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그런데 차들이 나를 위해 일부러 시끄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스펀지가 가벼워질 만큼 물기를 짜버렸다.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한쪽 하늘이 붉어진다. 차들은 하나둘 헤드라이트를 켜기 시작한다.
예쁘고 슬픈 노을까지 보고 나면 나의 배설, 아니 의식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