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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14. 2024

'괜찮아'라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조용히 닫는 순간, 외부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내 마음의 공간만이 남는다. 방 안은 저녁의 깊은 고요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며, 나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조명 빛 아래 낡은 책 한 권을 펼친다. 이 책은 시간을 초월한 친구와도 같아, 페이지마다. 켜켜이 쌓인 향기와 속삭임이 익숙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자연스레 과거의 나로 거슬러 올라가, 한때 마음을 사로잡았던 문장들과 다시 만난다. 각 문장은 시간을 넘어 내 마음의 깊은 곳에 닿으며,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조금씩 진정시켜 준다. 그런 읽기는 나에게 마치 정신적인 순례와 같아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더욱 깊은 자기 성찰로 이끌어 준다.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밤공기를 들이마신다. 방안은 잠시 동안 밤의 산뜻함으로 가득 차고, 그 순간 모든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다. 부엌으로 향하여 차를 준비하는 동안, 티포트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증기가 공간을 채우며, 차에서 나오는 따스한 향기가 집안을 향기롭게 만든다. 차를 마시며 창가에 앉아 있는 동안, 잠시 동안 세상이 멈춘 듯한 평화를 느낀다. 이 차 한 잔의 따스함은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하루 동안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의식이 되어준다. 이런 매일의 작은 의식들이 나에게는 꼭 필요한 리추얼이며, 정신적인 균형과 평화를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를 마신 후, 나는 가볍게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선다. 밤공기는 차가우면서도 상쾌하고, 조용한 거리를 걷는 동안, 내 발걸음에 맞춰 내 마음의 무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거리의 불빛은 희미하지만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은 마음을 상쾌하게 해 준다. 이 밤의 산책은 나에게 필요한 치유의 시간이며, 잠들기 전 명상과도 같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걸으며, 나는 하루 동안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고, 내면의 평화를 되찾아간다.


이 조용한 밤의 순간들은 단순한 ‘괜찮아’라는 말 이상의 위로를 제공하며, 작은 의식들을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삶은 작은 행복을 일깨워준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내 삶의 각 순간들이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으면, 나는 그날의 경험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흩뿌린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위안을 찾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하루의 끝에서 찾은 조용한 고요가 각자에게 필요한 치유와 위안의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이런 저녁의 조용한 시간, 책과 차, 그리고 밤하늘과의 대화는 내게 깊은 위안을 안겨준다.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되어 나의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내가 매일 마주하는 시련에 대처할 힘을 준다. 생활의 소소한 리듬 속에서 발견하는 이 작은 기쁨들이, 혼란스러운 날들 속에서도 ‘괜찮아’라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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