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1일

찬란했던 일주일

by 효돌이작까야

여의도.

우리 부부는 여의도 성모병원 근처 호텔에 있었다.

이 날 새벽이었나..

아이 상태가 좋지 못하니, 근처에 있으라는 연락을 받았었다.


주변에 있으라 하여 숙소를 잡기는 했지만

그곳에 머물며 보내는 시간은 아이가 나아지길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었고,

그렇다고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긴 여행을 배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불안했다.


시계와 바이오 리듬은 잠을 자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눈이 감길 리가 있나.

억지로 억지로 10분 20분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는데

지잉- 지잉- 진동소리와 함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제 그만.. 우리 아이 편하게 해 주세요..."


'하.. 올 것이 왔구나...'

짐을 부랴부랴 챙겨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병원을 가는데 십 만리길을 가는 것만 같았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이 그려졌다.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한 줄 그래프.

이어지는 사망선고.

풀리는 다리.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물.


살아서는 품에 안아볼 수 없었던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 볼에 볼을 비비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고생했다, 고생했다 수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는 만날 수 없으니까.


그 작은 몸으로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고 살아낸 것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고마웠다.

비록 오래도록 함께 살아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몫을 충만하게 살아낸 것이 정말 기특했다.


나는

우리 둘째 아이의 삶을 "찬란하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사망은 짙고, 무거우며, 어둡다.

하지만 살아내려고 한 노력은 고귀하고, 찬란하며,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


우리 가정 안에 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생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빛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서 사망을 더 크게 감싸 안아주고 있다.

그 덕에 살아간다. 더불어 살아간다.

어둠이 짙고 무거울 땐 아주 약한 빛이라도 찬란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화려함이 아닌 찬란함을 깨닫게 해 준 우리 둘째가.. 참 밉고.. 야속하고.. 그립고.. 보고 싶어 지는 날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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