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람이는 내 맘속에 같이 숨 쉬지?
아이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 어떤 수학문제보다도 어려웠다.
수학문제는 고민의 고민을 하면 답을 찾을 수나 있지.. 이건.. 답도 없다.. 정말..
상담을 하는 사랑하는 스루기에게 자문을 구했었다.
슬기야, 우리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루똥이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사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주라고 했다.
그녀의 조언대로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루똥아, 동생이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많이 아파서 먼저 하늘나라에 갔어.
거기서 하나님이 루똥이 동생 치료해주고 계셔.
-치료 언제 끝나? 끝나면 내려와?
아니, 내려오지 못해. 우리랑 같이 지내지 못해.
-왜? (… 울음이 결국 터졌다).. 나 비똥이 기다렸는데.. 왜 못 와?
비똥이는 하나님이랑 같이 있어야 다시 아프지 않을 수 있대
-하나님 나빴다. 혼자만 비똥이 보고.
이렇게 하나님을 나쁜 존재로 만들어버렸던 나의 첫 사(死) 밍아웃…
그 이후로도 우리 아이는 보지 못했던 동생에 대해 자주 물어왔다.
동물농장을 애청하는 우리 루똥이가 수술장면을 보고는 동생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동생도 수술받고 치료받다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이야기해서 그랬나 보다.
죽음이라는 것, 단절, 볼 수 없음, 그리움, 궁금함, 이해되지 않음,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있었을까.
그런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죽음을 표현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과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는 것이었다.
9살이 된 지금도 죽음에 대해 이해했을까 싶지만 이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동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워할 때마다 편하게 이야기하며 애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마 [너의 말이 나를 살리는구나 아들아] 이 작품에 지속적으로 동생을 물어오는 아이의 글이 올라올 것이다.
한두 번 물은 것이 아니기에….
너무나 일찍인 나이에 죽음을 경험하게 되어,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받아들인 듯하다.
누가 묻기도 전에 우리는 3형제예요, 둘째 동생은 아파서 먼저 하늘나라에 갔어요라고 이야기하던 우리 루똥이.
지금도 우리는 다섯 식구라며 떠난 동생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슬프고 따스한 형.
우리 루똥이가 천국 가는 날 하람이가 두 팔 벌려 형! 내가 하람이야! 하고 뛰어나올 거야.
그러니 우리 천국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최선을 다해 살자.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우리 그렇게 살아가자
현재에 감사하면서 말이야 루똥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