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하로 잘 키워줄 거야
때는 21년 12월 23일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엄마 찌찌에서 나오는 젖을 어떻게 먹여주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참 봄 같다.
5살.
아직 어린 우리 루똥이 마음과 머릿속에 어떤 바람이 불어왔길래
잘 키워주겠다, 젖도 먹여주겠다 했을까.
’ 저녁 먹다가 ‘라고 적혀있는 거 보면 본인이 밥을 먹고 있었으니까 하로 태어나면 밥 먹여주겠다고 한 게 아닐까 싶다가도
의미 부여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어미는 먼저 떠나보낸 동생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뭐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결국 내 찌찌에서 젖이 나오고
내가 물려야만 하는 것을…. 또르르….
21년 12월이면 하로를 임신한 지 5개월 차 정도 되었다.
벌써 세 번째 임신이었기에 배가 많이 불러왔을 것이다.
기억에 루똥이가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아마 많이 그리워했었다. 하람이를.
기록된 걸 보니 하람이에 대해서 꽤나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음….
다시 임신을 준비하면서 이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양가 부모님, 루똥이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또다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확신을 갖기가 정말 어려웠다.
정말 신께 맡기는 마음으로 셋째를 기다리면서 태명도 미리 지어놨었다.
하로 = 하나님의 위로
2월에 우리 하람이를 떠나보내고 딱 7개월 만에 우리 하로를 만날 수 있었다.
원하던 시기에 기가 막히게 선물처럼 와준 우리 하로.
불러오는 배를 보며 자연스럽게 하람이를 생각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하고,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가졌었다.
그 시기에 우리 루똥이가 동생을 자주 그렸었다.
이렇게 그리기도 하고
이렇게 자기 자신과 함께 그림을 그려 놓기도 했다.
참 적절한 시기에 하로가 와주어서 우리 루똥이에게 도 위로가 되어주었고
우리 가정과 양가 어른들께도 태명처럼 위로가 되어주었다.
우리 가정의 소식을 알고 계신 모든 지인분들과 친인척분들께도 말이다.
루똥,
이 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우리 마음속엔 하람이가 함께 있어 알지?
그리울 땐 언제든 이야기해도 돼, 엄마도 그러니까.
엄마는 네가 엄마의 첫아들이어서 정말 감사해
비록 떠나갔지만 하람이가 둘째여서 감사하고 하로가 셋째여서 감사해.
우리 가족처럼 이렇게 완벽한 가족이 있나 싶을 정도야.
엄마의 첫아들이 되어주어 정말로 고마워.
목숨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