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람을 막아줄게
예상컨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너의 큰 마음은 작은 몸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인가 보다.
아이의 말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아침이 되면, 부랴부랴 세수시키고 대충 아침 먹여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싶은데
뭉그적 뭉그적 말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이 구만리다 구만리.
3.5초 같은 자유시간을 보내고 나면 목욕이라도 시키며 자유시간을 누리고자
거품 잔뜩 만들어두었으니 혼자서 거품놀이 오래 하며 놀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엄마! 이거 찾아줘 저거 찾아줘!….
그래도 쉬었으니 저녁은 정성껏 차려줘야지
구첩밥상은 아니더라도 매끼 고민하며 차리는 밥상이니 투정하지 말고 먹어주면 좋겠는데
신도 야속하시지… 내 기도는 하나도 안 들어주셔..
너도나도 지치는 저녁시간
유난히 더 지쳐 허덕이는 날 일 때면
잠들기 전 그만 말하고 빨리 잠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왜 그리도 할 말은 많을 걸까..
그러다 듣게 되는 너의 보석 같은 말.
반짝하고 밝게 빛나는 너의 한마디에 내가 가졌던 마음들이 얼마나 부끄러워지는지.
너와 함께 걸으며 집에 가서 해야 되는 일들을 list up 하고 있었을 엄마의 머릿속을 깨끗하게 reset해준 한마디였다.
엄마도 생각해 주고 뱃속에 아가도 생각해 준 깊고 따뜻한 너의 마음이
육아와 가사를 일로 생각하기에 차디찬 엄마의 마음과 생각을 따뜻하게 데워주는구나.
이 마음 앞에 엄마는 또 무릎을 꿇고 반성하게 된다.
너는 참 크다. 아가야.
너의 어깨와 몸통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야.
너의 다섯 배는 큰 엄마의 몸뚱이가 무색하리만큼 너는 참 큰 사람이다. 아가.
오늘(25년 3월 19일) 아빠가 부산 출장 가셨다가 늦게 오시는 덕에
우리 아들 둘을 옆에 끼고 자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네.
그 덕에 우리 큰 아들을 왼쪽 팔에 뉘어서 재우게 됐고 말이야.
덩치는 저 위에 사진보다 1.5배는 커졌지만 아직은 엄마가 품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얼마 전 너와 나눈 대화에서
“이제는 엄마 생각하면 불안한 감정은 없어”라는 말을 듣고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엄마를 생각하면 무섭고, 언제 소리 지를지 몰라서 불안해했던 너였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하니 엄마는 천하를 얻은 것보다 기쁘더라고.
너의 마음과 믿음을 얻었잖아.
(그래서인지 요즘 눈 치켜뜨고 흰 눈동자를 자주 보이더라.. )
자립으로 가는 너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기 전에
믿음과 신뢰로 더 길을 튼튼하게 만들어 가는 부모가 되어볼게.
네가 나에게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도록 엄마가 정말 많이 노력할게.
부족한 엄마에게 넘치는 아들로 와줘서 고맙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