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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네 마음이 드디어

엄마! 내 마음이 응원하고 있었어!

by 효돌이작까야

시작이 어려운 아이

걱정이 많은 아이

소리에 예민한 아이

관계가 중요한 아이

함께하고 싶은 아이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엄마

걱정이 많은 엄마

소리에 예민한 엄마

결과가 중요한 엄마

혼자 쉬고 싶은 엄마


우리였다.

둘째 출산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던 시기

5살이었던 우리 큰 아이가 물과 수영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수영을 가르쳐야 하는

모먼트를 발견했다며

강습을 무턱대고 시작했던 때.



체험수업은 성공적이었다.

시작하길 잘했다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칭찬했지만

이 행복은 길지 못했다.

반년이 되어도 수영장에 가는 날이면 울었고

갔다가 수업은 안 하고 밖에서 지켜만 보고 온 날도 있었다.

수영장 오픈 이래로 적응을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라나 뭐라나...

아휴...


매 회 저렇게 울며 들어갔다...

이게 잘하는 짓인가...

내 욕심 아닌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쉬었다 할까...

하기 싫어한다고 그만뒀다가 버릇되면 어쩌지?..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다그치지 말 것.


그래서 용기 주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응원할게!!

그럼, 무섭지! 소리가 왕왕 울리니까! 그럴 수 있지!

물속에 들어가면 또 재밌지?

엄마가 밖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루똥아 엄마가 밖에서 루똥이 하는 거 보고 있잖아!

발장구 잘 치던데??!!

앞으로 엄청 잘 나가더라!!

등등..


그러던 어느 날 수영 마치고 집에 가는데

내 마음이 응원하고 있었어 엄마랑 같이!!
내 마음을 엄마에게 줘 버렸거든

내 마음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어 엄마랑 같이!

(무서운) 내 마음을 엄마에게 저(줘) 버렸거든


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힘들었을 텐데...

스스로를 저렇게 위로했구나..

엄마한테 들은 말로 마음을 다독였겠구나..

그 시간을 견뎠겠구나 싶어서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내가 해줄 것은 지지와 응원이구나...

지지와 응원을 주면 스스로 자라는구나..

반년 넘게 울고 들어가는 아이가 견디는구나..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귀갓길이었다..


그 뒤로도 한 동안 더 울며 수영장에 들어갔고

두려움이라는 산을 스스로 넘기까지

선생님들은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아이는 결국 두려움을 스스로 넘었다.


6살이나 7살에 시작했다면 좋았겠다.. 하는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5살에 마주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고 생각해서..


그때의 루똥아

견뎌주어 고맙고,

견뎌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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