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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아빠

나는 아빠가 참 맘에 들어

by 효돌이작까야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엄마보다 아빠에게 달려가는

아가들 있나요?

저희 큰 아이가 그렇습니다.

눈물이 나거나 속상하면 엄마보다 아빠!! 하면서

달려가 울죠.


아이가 아빠한테 달려가 엉엉 우는 모습을 봤을 때

솔직히 좋았습니다.

저는 감정과 감정이 부딪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데 남편은 그 상황을 잘 버티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에 잠식되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품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어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는구나

안정감 있는 사람을..'

'그래, 기복 심하고 불안정한 나보다는 아빠가 낫지'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어요.


지지리도 말 안 듣는고 훈육이 시작되는 만 3세 이후부터는 울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다 던져도 받아주고, 그 품에서 마음 놓고 안겨 울 수 있는 아이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가 또 울어요. 정말 별일 아닌 일인데 엉엉 울어요.

속에서는 천불이 납니다.

'대체 쟤는 왜 울기만 하고 본인이 원하는 걸 말을 못 할까?'

'이게 저렇게까지 울 일인가..?'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말할 때 말 좀 들어먹지 좀!!!'

쫌!!!!!

하고 생각하며 아이를 보고 있었어요.


당연히 아빠한테 달려갈 줄 알았는데..

눈물을 뚜욱뚜욱 흘리면서 멀뚱히 저를 바라봅니다..

팔을 벌리고 오려다 멈춥니다..

저는.. 사람이 덜 됐나 봐요...?

'오지 마, 다 울고 와, 안아줄 마음 없어' 라며 우는 아이를 남극탐험 보내는 저를 발견합니다.


오고 싶으면 그냥 오면 되지 또 눈치를 봐? 하며

답답해하는데 문득

아.. 내가 뿜어내는 냉기를 아이가 느끼는구나...

오고 싶었는데 못 오고 있던 거구나... 싶어서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습니다..


마음을 다 잡고 울며 망설이는 아이에게

‘괜찮아?'라고 먼저 묻고 안아줘야지.. 하고

다짐하는데..
이 빌어먹을 팔이 펼쳐지지 않아요..

발바닥에 강력 접착제가 붙었나.. 발이 안 떨어져요..
진흙 잔뜩 품은 조개처럼 입이 딱 닫아져서는 벌어지지 않아요..


아이를 품어주지 못하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또 툭하면 우는 아이에게 화가 났습니다.


나는 모성애라는 것이 없는 인간인가 보다.. 하며 자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갑니다.

자책이 아니라 나를 기다리는 아이를 향해 달려갔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주 극명하다!

제주도 여행하며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저희 아이가 한 말이에요.

아빠가 혼내도 사랑하고 (아이가) 졸려도 짜증 내지 않아서 마음에 쏙 든다고요.


이 말을 반대로 하니까

엄마는 혼내면 안 사랑하고 (아이가) 졸리면 짜증 내니까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로 보이네요?ㅋㅋ

세상 씁쓸하더라고요...


이때를 뒤 돌아보면 저에게는 "여유"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품어줄 마음의 공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고요.


저같이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이 1순위인 사람들은..

훈련이 필요합디다. 모성애라는 것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말이에요.

아이를 위해 내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연습, 그 노력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깨달음.


이 훈련을 계속한다면

울면서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마음대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겠죠..

사실, 지금도 많이 어려운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3년 전인 저 때에 비해 세, 네발자국 아이와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연습..

저를 위해 반신욕도 즐기고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혼자 시간을 보내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요)

책을 읽으며 단상을 적기도 하고요,

자책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채움을 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엔 3년 전보다는 많이 커진 아이의 공간이 있음을 자각합니다.

아이를 위함이 나의 "희생"이 아니라

아이를 위함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제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채운다면 아이를 더 깊고 오래 품어주는 어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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