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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만 여행하게요?

아, 추운 날이었다.

by 효돌이작까야

제주도가 정말 섬 다 울 때가 언제게요?

같은 제주인데 출발지는 쨍하고 도착지는 눈이 펄펄 내려서 다른 계절을 맛보게 할 때인 것 같습니다.

22년 겨울 제주.. 하늘나라에 먼저 간 우리 둘째 아들놈은 배에 소중히 품고 떠났던 막달 여행이었습니다.


산굼부리, 저희 부부가 정말 사랑하는 오름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도 적당하고요!


뱃속에 있는 우리 둘째 아들과 함께

산굼부리 가기 전 출발 할 때는 저렇게 쨍했었는데

눈이 펄펄 오는 산굼부리

한 시간만 가면 되는 산굼부리는 눈이 펄펄 오더라고요. 세상에.

당시 6살이었던 우리 큰 아들은 눈이 저렇게 펑펑 와도 오름을 다 올랐어요.

얼마나 신나게 올랐는지 몰라요.


힘들까 봐 마음 쓰여서

"루똥아, 힘들면 내려가자.. 내려가자.." 하는데

"아니야, 나 올라갈 수 있어" 하더니 전부 다 올랐답니다.



만삭이었고, 아가 태어나면 앞으로 한 동안은 여행 힘드니까 큰맘 먹고 간 제주인데

날씨가 이렇게 오락가락이라 영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날 좋을 때만 돌아다녀야 할 것 같고,

추우니까 실내로만 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계획대로 되는 여행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주신 환경에, 주신 날씨에 감사하며 다니다 보니

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추웠어도 행복했던 우리의 추억, 기억, 감사, 사랑

날이 궂으면 어때요.

그런 날이 오히려 더 귀한 날이죠.

궂을 날을 맞이하는 삶의 태도도 배우고, 자연의 위대함도 배우고요.

우산, 패딩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인생의 짐과 고민을 이고 지고 하는 것보다 훨씬 가볍고 할 만하더라고요.


이렇게 지냈던 추억과 기억은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 추웠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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