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태도가 분리되었던 날
네. 여기요.

걱정이 되면 "걱정 돼서 그래"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그랬어! 어? 내가 하지 말랬지!?" 하면서 꼭 화를 내는 사람
루똥이 학교 마치면 돌봄 교실로 가지 않고 바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을 켜서 나의 찾기를 들어간다.
아이는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거였는데... 계획을 세워놨는데...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집에 갔는데 내가 없어서 놀라면 어떡하지?
당황하지 않고 나에게 전화하겠지?'
내 머릿속 걱정들이 심장을 쿵쿵거리게 만들었다.
어느새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고, 불러 세웠다.
평소 같았으면 학교에서 기다려야지! 하고
버럭 화를 냈을 텐데
"엄마가 끝나고 바로 나오라고 해서
집으로 오고 있었지"라는 말에 띵호아!
'아.. 그러네.. 내가 어디서 만나자고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이건 내가 화 낼일이 아니야 싶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차해 둔 차를 가지러 다시 학교로 갔다.
계획해 둔 스케줄들이 있었지만
집에 도착해서는 과감하게 스케줄을 포기하고
아이와 평화롭게 쉬었다.
예전 같았으면
스케줄도 계획대로 못하고!
아이에게 어디서 만나자고 이야기 제대로 하지 않은 나에게 화가 나고!
그런 아이에게 화를 낸 나 자신이 싫어서 또 화가 났을 거다.
그런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았던 이 날의 기억이
나 자신이 변하고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뻤다.
요즘의 나는 매일매일 무엇이 변했는지 적어가고 있다.
물론 이 한 번의 경험이 계속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험을 기록해 둔 기억으로, 나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한 만족감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
또다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어제보다 한 가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