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땀.. 하여튼 여름 극혐러
여름은 그런 존재다.
나를 구워 먹으려고 하나..?
아님.. 삶아 먹으려고 하나...?
아우 그냥 죽겠다...
여름이란 나에게 그런 계절이다.
봄이 지나가고 슬슬 여름이 오려고 하면
기본적으로 탑재된 모든 게이지들이 상승한다.
딱 하나 빼고.
“의욕”
날이 더워지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땀이 나는 것도 싫고, 강렬한 햇볕은 더 싫다.
그런데 오늘,
32도의 더위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거.... 기적 아님?
우리 막둥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은 4-5시 사이
시커멓게 그을린 아스팔트가
세상 만물을 빠작하게 만들어 놓은 햇볕의 뜨거움을
왈칵왈칵 쏟아내는 시간이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룩주룩....
내년에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여름 맞이로 작은 선물을 했다.
그거슨 바로 양산.
오늘 양산을 개시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양쪽 손에 들린 킥보드와... 앞에 매고 있는
우리 큰 아이의 학원 가방이... 양산을 펼치지 못하게 했다.... 옌장....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그늘 한 점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데
아 뭐야, 왜 마음이 살랑여.
순간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마음에 살랑 불어왔다.
아, 이것이 여름의 맛인가.
나는 이걸 39년 만에 맛보네.
뭘까? 내 안에 무슨 변화가 있길래
극혐 하는 더위와 여름에 설레는 걸까?
여름의 맛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뜨거워서 여름이요,
그 뜨거움에 열렬히 반응하게 하는 것.
올여름은 지금까지의 여름이랑은 조금 다를 것 같은
뽀송한 바람이 분다.
날씨가, 이 더위가 기쁨인 날도 오는구나.
허 참, 39년 살고 볼일일세. 허허허.
내일은 나의 행복이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