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아무 말 안 하길 다행이다!

때때로 타이밍을 놓친 게 이득이 되는구나?

by 효돌이작까야

"엄마, 오늘 하로랑 엄마랑 같이 갈래"


집에서 나가야 할 시간 5분을 남겨두고

우리 루똥이가 한 말이다.

평소 같으면 7시엔 일어나서 여유 있게 준비했을 텐데 오늘은 웬일인지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본인 할 일은 얼마나 잘하는지.

일어나자마자 숙제하고, 공부하는 기특하고 바른 아이.


어제도 혼자 갔으니까, 오늘도 혼자 가겠구나 했는데 같이 가자는 말에 마음이 다급해진다..

"어제처럼 씩씩하게 혼자 가면 안 될까?"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보통 내 마음이 다급해지면 잡도리를 시작한다.

"빨리빨리 해. 이거 했어? 챙겼어? 이거는?

아 진짜 왜 그러냐~ "

이러면서 별것도 아닌 일에 날이 서고 예민해진다.

지각은 아이가 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님에도 말이다.


모르겠다. 무슨 바람인지 나갈 시간이 5분 지났는데도 여유 있게 아이들을 대하는 내가 낯설고 신기하다.

그 덕에 기분 좋게 아이들과 나왔다.




루똥이 학교와 하로의 어린이집은 서로 반대방향에 있다.

그래서 루똥이 데려다주고 하로 어린이집 가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근데 웬걸.

아파트 정문을 채 나서기도 전에 "엄마 나 혼자 갈래"라고 말하더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랑 기분 좋게 뛰어간다.


할렐루야!!!

아이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돼서 기쁘고,

루똥이는 엄마랑 같이 나와서 기쁘고,

우리 하로는 엄마랑 둘이 등원해서 기쁘고!

방긋 웃으며 루똥이를 보내고 나니 내 마음이 벅차다.


혼자 등교해 준 형아 덕에 하로는 집 앞 공사장에 있는 포크레인을 실컷 구경했다.

포크레인을 구경하는 사랑스로미

그리고는 또 신나게 걸어간다. 에스컬레이터를 좋아하는 우리 하로.

어린이집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는데

내려갔다가 올라오잔다.

‘그래! 그게 뭐 별거냐! 가자!’

이게 뭐라고 함박웃음을 짓는 우리 꼬맹이를 보니 또 행복하다.


정말 별거 아닌 것들인데.. 어거지로 어거지로 했던

며칠 전과는 참 다르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그 기분 그대로 슬로조깅을 시작한다.

달리기 정말 못하는데 슬로조깅을 통해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오늘은 무려 5분이나 쉬지 않고 뛰었다. 내일은 7분에 도전! (비.. 가 예보되어 있구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글을 쓰고

내일의 행복을 찾을 기대를 하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기분이 좋다.

지금도 내일이 기대된다. 비 오는 걸 싫어하지만 기대된다.


행복은 또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자기를 발견해 주길 기다리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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