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볼품없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카페는 카페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망의 오픈을 앞두고 매장 안을 가득 채운 뿌연 먼지들이 가라앉아 여기저기 내려앉았다.
이 먼지들은 끝이 보임을 암시한다.
오픈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서 청소를 하긴 하는데 끝이 없다.
아무도 없는 저녁.
우둑하니 서서 카페를 보고 있자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불과 몇 주 전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서 시작한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늘 겪는 자금의 압박과 더불어 선택과 결정의 연속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식오픈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한숨과 더불어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속으로 여러 후회가 남지만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위로할 방법이 없다.
느끼는 그대로가 현실이니 말이다.
카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50대 50 확률이라고 애써 말해주고 싶지만, 사실 90대 10의 확률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히 10이 성공이다
.
대형카페들 혹은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카페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은 정말 힘들다.
흔히 장사에서 성공이라 하면 돈을 쓸어 담는 것인데 이 성공은 하늘에서 별 따기이다.
그나마 생계를 유지하고 내 인건비정도가 나오면 굉장히 선방한 것이다.
대부분의 카페가 이런 식이고 또는 인건비도 안 나오는 자아실현의 공간이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계절마다, 분기마다, 특별한 날마다, 새로운 메뉴와 새로운 상품들이 나오는 스타벅스.
고객에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돈이 나오게 하는 다양한 텀블러들과 이벤트.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아서 사장과 직원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된다.
몇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든 그 누구도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는 매장이 스타벅스이다.
그리고 다양한 좌석배치로 혼자든 동행자가 있든 상황에 따라 골라서 착석할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드라이빙스루까지.
철저하게 고객 친화적인 매장이다.
또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요즘은 스타벅스가 제일 친절한 매장으로 느껴진다.
이런 이유에서 스타벅스에 가서 고객응대부터 매장의 모습까지 눈으로 보고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반박의 여지없이 스타벅스는 한마디로 참 잘한다.
솔직히 이 세계적인 기업의 엄청난 규모를 따라 할 수 없다.
그 속에서 내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분명 보일 것이다.
마치 큰 건물을 레고 미니어처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점점 블록의 크기를 키워가는 재미로 따라 해 보자.
카페 창업을 하기 전 스타벅스를 많이 가보고 많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개인카페는 전문가를 둘 수 없다.
기껏해야 오픈 전 컨설팅 전문업체에서 컨설팅은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이지는 못하다.
카페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운영은 매장의 존폐를 결정하기에 매장의 숨통을 쥐고 있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지만 스타벅스 외에도 잘된 매장은 많이 다녀봐야 한다.
다른 매장을 많이 가보고 많이 먹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 거만 알고 내 거만 자화자찬하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비판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찾아서 흡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간혹 여유가 있다면 잘되지 않는 카페도 일부로 가보는 것도 좋다.
어떤 이유에서든 손님이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손님 없는 카페를 방문하거든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잘 찾아보길 바란다.
승산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잘 준비된 계획으로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기적처럼 훌륭한 장수가 짠하고 나타나서 전세를 뒤집으면 좋겠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낮다.
잘 준비된 계획은 앞서도 몇 차례 이야기 했지만 사업계획이다.
(기적처럼 나타난 장수는 바로 대박 메뉴이다.)
요즘 시장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업계획 중 하나를 말하고자 한다.
승산이 없는 게임에서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바로 카페를 브랜딩 하는 작업이다.
최근에 다녀온 시골에 위치한 카페가 있다.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이 카페를 오픈했다.
한국식 디저트를 지향하고 있다.
음료 또한 커피도 있지만 식혜등 주력 음료들은 정통 음료이다.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촌스러울까?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잔, 디저트 접시 소품 하나하나 감성까지 옛것을 지향하지만,
오히려 세련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디저트에 들어가는 재료는 동네에서 직접 수확한 것들이다.
상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화된 디저트와 음료에 스토리를 입히고 고급화를 진행했다.
이곳은 줄을 서서 손님들이 대기하는 곳이 되었다.
이곳은 고객들에게 한국식 디저트의 경쟁력을 각인시켰다.
맛과 비주얼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재료부터 정성까지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한국식 디저트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도
각종 채널을 통해서 손님(소비자)들에게 보여준다.
믿음이 안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카페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바로 서울이었다.
한국적인 디저트를 가지고 한국적인 문화, 관광의 집합지인 인사동에서 2호점 준비를 하고 계셨다.
브랜딩의 뜻 중 각인이라는 뜻이 있다.
소비자에게 각인을 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어떤 식이든 소비자에게 내 카페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를 오픈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고 치자.
아무 의미 없이 메뉴사진을 올리고 의미 없는 해시태그들과 함께
라고 한다.
음... 고객 입장에서는 ‘대체 어쩌라는 거지?’ 그런 메뉴들은 당장 몇 걸음만 가도 근처 카페에 있다.
아마도 고객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좋은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내 카페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카페에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고객들에게 전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들이 납득을 하고 발이 움직여 내 카페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내가 베이커리에 진심이라면 베이커리를 공부하고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베이커리를 만드는 과정을 진심을 다해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너무 설정 같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그런데 진심만으로 될까?
진심을 다해서 잘해야 한다.
그리고 맛도 있어야 한다.
많은 준비와 노력 끝에 나만의 색깔과 이야기가 가득한 카페로 탄생되길 간절히 응원해 본다.
그래야만 고객이 ‘어라? 이곳은 이렇게 메뉴를 만드네?’ 호기심을 품고 발걸음 했을 때
맛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다 일까?
기껏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서비스의 질 또는 매장의 컨디션
하물며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나 지나치게 큰 볼륨까지...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은 너무 많다.
카페는 하나만 잘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요소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이 아닌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