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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Jan 22. 2024

드디어 사장 1일 차!

진짜 영업을 시작합니다


 




“대망의 오픈”     


많은 축하 문자와 전화를 받게 된다.

생애 첫 장사라면 카페 문 앞과 매장 안은 화환으로 가득하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화환들이 가득할수록 괜히 우쭐해진다.     

카페를 한다고 했는데 진짜 오픈을 했다.


카페가 크든 작든 크기는 상관없다.

과정이 매끄러웠든 속 시끄러운 일이 많았든 역시 상관없다.

이러한 일들은 벌써 과거가 되었고, 

이제 어엿한 사장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이곳에 카페 주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길게는 몇 년을 지켜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고작 몇 개월 지키는 카페주인장이 될 것이다.

물론 지키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사람들에 기억 속에서도 빠르게 잊힐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일들은 미래의 일들이기 때문에 지금 내 모습과는 관계가 없다.

당장 ‘000 카페 사장님’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듣기 좋다.

손님들부터 시작해서 주위에 모든 사람이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색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전혀 아니다.

    

“사장님”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카페 오픈을 하자마자 누가 소문을 냈는지 알 수 없지만

광고 대행업체의 전화가 쇄도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도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솔직히 사장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그들도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업하고 나서 매출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이 굉장히 바쁘다.

매장을 찾아주는 사람들한테 서툰 모습을 보이기 싫지만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

아무리 많은 연습을 했어도 실전은 실전이니 적응하는 기간이 분명 필요하다.

초보사장님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뿐이다.

     

지겹게 울리는 광고대행  전화는 받을 여유도 없다.

한 두 번은 친절하게 전화를 받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받기 싫은 전화벨 소리, 지인들의 축하 발걸음이 매장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매장을 채우는 것이 하나가 더 있다.  

   

카페 하기 전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무심코 그냥 지나칠 사람들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대면을 한다.

그동안 매장 인테리어 공사와 더불어 다양한 준비과정을 지켜본 사람들.

오며 가며 카페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이제 정식 오픈을 했으니 그동안 쌓아두었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손님들의 발걸음도 시작될 것이다.

아마 카페(장사)를 처음 시작했다면 그 모습이 여간 신기한 모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체 저 손님들은 어떻게 알고 왔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손님들은 그냥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간 것이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곳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간혹 카페탐방이나 신상카페를 좇는 고객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이제 막 오픈 한 카페가 맛집이라고 알고 오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초보사장은 매장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카페를 오픈하고 극초반에는 많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피드백을 빙자했지만 그것은 스트레스이다.     


“사장님 이거 너무 맛있어요.”

“이거 좀 불편한데 000 사장?”     


지인과 더불어 매장에 처음 방문한 손님들까지 그들이 한 마디씩만 이야기해도 사장 귀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기 직전이다.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분별력은 흐려져 간다.

특히나 사장이 공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면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맛에 대해 비평이라도 하면 금세 의기소침해지거나 그 사람을 비난한다.

특히나 내가 메뉴를 직접 개발했다면 부정의 의견에 더욱 판단력은 흐려지고 반발심은 거세진다.

내 말이 거짓인지 꼭 실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대망의 개업이라는 날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공들여서 만든 공간에 손님이 찾아와 제 역할을 하는 날이다.

많은 이들이 찾아줘야 그 빛이 더 환하게 빛나는 것이 카페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오픈 빨 매출에 취하거나,

피드백을 얻는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매장과 메뉴에 대해 묻고는 한다.

그런데 정작 부정의 의견에는 콧방귀를 뀐다.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사에서는 시작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반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카페의 시작은 ‘좋은 습관 만들기’ 차원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픈을 했다면 더욱더 냉정해져야 하고 설렘과 더불어 정신없는 분위기에서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저희가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요.”     


새로 생긴 카페 혹은 다른 업종에 가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이다.

실수도 부족함도 뭐든지 가려줄 거 같은 문장이다.


“이제 막 오픈했어요.”


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모든 부족한 부분들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하다못해 계산이 서툴면 오픈하기 전 가족이나 지인들 카드로 결제취소도 해보고 결제도 해봤어야 한다.

계산대에서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낼지는 순전히 사장한테 달려있다.


내가 어리바리하는 순간.

손님이 카드를 돌려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당연히 기다려야 한다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충분히 이 어색한 시간은 막을 수 있다.     

특별한 날이고 이 특별한 날은 기억 속에서 잊히고 하루하루가 평범한 오픈과 마감의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시작이라고 들뜨지 말고 더 냉장하고 정신을 부여잡고 한 달을 버텨 보았으면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일과에 피곤하겠지만 더욱더 청결한 매장컨디션을 위해서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인지해 수정해 나가고,

첫 방문해 주는 손님들이 재방문할 수 있게 무엇이든 내주었으면 한다.

친절, 맛, 분위기, 음악, 공간, 무엇이든 말이다.  

   

“첫인상은 누구도 두 번 줄 수 없다. 그러나 첫인상의 위력은 의외로 막강하다.”

-주디 갈랜드(영화배우 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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