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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여행은 몸과 마음의 치유과정

무언가 마음의 짐이 있을 때, 권혁란의 <트레블 테라피>

언젠부터인가 우리는 '테라피'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영어 단어의 의미에 맞게 무언가를 치료한다는 개념으로는 '테라피'라는 말을 사용하고,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것에서부터 체형을 만드는 일이나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일,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까지... 나쁜 습관을 없앤다는 개념으로 '테라피'라는 말을 쓰고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우리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치료가 필요할 만큼 우리가 여러 곳에서 잘못된 일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권혁란의 <트래블 테라피>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여행을 통한 치유. 여행을 공간의 이동보다 '내 주변의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 것에 동의하고 '날 것의 경험과 정제된 간접경험의 교차'라는 것을 인정하며, 궁극적으로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기 때문에, 테라피라는 것은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느낀 바의 경험이 있기에 그렇다.


'권혁란'이라는 낯선 작가는 아마 세상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힘의 원천을 여행에서 찾는 것 같다. 안나프르나에서 바다에서 사찰에서 지리산에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경험한 것들은 작가의 삶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궁극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하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작가의 삶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가진 생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부럽기는 하다.


어쩌면 현재 한국을 떠나 3년째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도 첫 시작은 작가의 마음과 비슷했으리라 생각한다. 20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자 한 이유와 준비되지 않은 채 도피하듯 떠나오면서도 걱정보다는 설레임이 컸으니 말이다. 새로운 곳의 생활은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지만 마음 속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무언가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서 좋다. (물론 코로나만 아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나 역시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런지.. 지금 해외생활은 어쩌면 여행이라기 보다는 새롭게 맞이한 일상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여행 에세이다운 책의 구성과 작가의 관념이 반영되어 관조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긴다면 읽어볼만한 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마음의 유리창을 조금씩 닦아낸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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