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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09. 2022

너를 만난 그 밤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지

ep.2 작지만 담담했던 아기 고양이


회사 동료분들이 나에게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한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고 울상 짓는 사람들이 바라는 그 고양이들과 살고 있어서다. 나는 고양이의 삶을 화면에 귀엽고 예쁘게 연출할 자신 없다. 그렇지만 더불어 살아온 순간들을 꼭 기록하고 싶다. 이제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지 않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자상하고 배려 깊은 남편 달브는 아빠로서의 책임감도 컸던 탓에 둘째를 간절히 원했다. 시부모님도 은근히 바라셨고 우리 부모님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부모님들은 이쪽도 저쪽도 이해가 되어도 그에게 큰 거리감을 느꼈다. 언젠가는 혼자가 될 딸이 애틋해서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모든 일을 함께 겪은 그였기에. 딸과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우리는 한동안 꼭 필요한 대화만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 건 둘째를 단념하고도 점점 커지는 균열을 감당하기 힘들 무렵이었다. 모성애가 부족한 것만 같던,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내게는 부담이었다. 몇 달 동안 고민하며 고양이 카페에 방문해 보고, 길고양이들과 인사도 나누는 동안 진지한 아이 모습을 본 뒤에야 고양이를 맞이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구조되거나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당시 우리는 인식이 부족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정 분양하는 두 아이를 마음에 두었다.  먼저 가까운 인천부터 갔다가 평택에 가보기로 했다. 퇴근 후 늦은 밤 인천의 어느 골목에서, 한 사람씩 안아보는 동안 아기 고양이는 미동도 없이 우리를 차분하게 응시했다. 갈색 털을 가진 작은 아이였고, 제 처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한 눈빛이었다.

며칠 후에 연락드리기로 하고 차로 돌아왔지만 우린 30분이 넘도록 출발하지 못했다. 낯선 누군가에게 또다시 안긴 채 란 눈동자와 담담한 시선을 선보이고도 기다리는 처지가 되면 어쩌나, 안될 일이었다. 우리는 결국 다시 문을 두드려 작은 생명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베이지색 듬성듬성한 털에 군데군데 짙은 갈색 브릿지가 매력적인 고양이. 집에 와서 하룻밤 동안 소파 뒤에 숨어 있더니 곧 적응을 했다. 태생이 씩씩한 아이였다. 제 몸만 한 슬리퍼 붙들고 자거나, 앙상한 다리로 풀썩풀썩 뛰어다녔다. 버터링 과자 색깔을 닮은 아깽이를 우린 쿠키라고 부르기로 했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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