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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08. 2022

고양이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ep.1 육아가 두려운 엄마라서


고양이와 살아 보자고 제안한 건 가족들이었다. 각자 이유가 있었겠지만 남편은 아이를 생각해서, 아이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지인 영향이 컸다. 나 역시 간절히 바라면서도 선뜻 동의하지못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다. 어릴 때는 호기심과 귀여움에 그저 좋기만 한 일이었지만 성인이 되 기대보다는 책임의 무게가 더 컸고, 자격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육아를 두려워하는 엄마였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절망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두려움과 눈물이다. 임신 6개월 차에 정밀 초음파를 통해 본 아기의 발에 이상 소견이 있었고, 그로부터 출산 전까지 매 순간이 공포와 불안의 나날이었던 탓이다.


막연한 두려움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달 먼저 출산 휴가를 내던 그날부터 몸이 좋지 않더니 출혈이 시작됐다. 시기가 일러 병원에서 최대한 안정 조치를 취했지만 매트리스 절반이 붉게 물들도록 피가 멈추지 않았고,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이 결정되었다. 아기는 그렇게 33주 2kg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6주를 보냈다.


 

수술 후 사나흘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의식은 흐릿했지만 공포감은 생생다. 을 채운 매트리스에 뉘어져, 축축한 거즈가 입에 물 상태였다. 애처롭게 간호사를 부르는 먼 목소리들이 있었다. 죽는다고, 나 좀 봐달라고. 의료진들은 그런 부름에 익숙한 듯했다. 수분이 증발되고 목은 타들어가는데 그들처럼 부를 기운이 없었다. 그저 생각했다. 젖은 거즈 한 조각만, 그걸로 입술만 축일 수 있다면.




회복 후 병실에서 산모들이 꽃다발을 안고 웃을 때, 나는 그제껏 만나지 못한 아기가 어떤 상태인지 몰라 울며 지냈다. 딸은 아킬레스건이 짧아 발이 안으로 휘는 club foot 진단을 받았다. 큰 병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절망으로 다가왔다. 성인과 달리 성장속도가 빨라서 다리를 옥죄지 않도록 1~2주 간격으로 캐스트를 교체했다. 석고가 신경을 누르면 마비가  수 있어서, 발끝이 파랗게 바뀌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을 해야 했다. 내가 확인을 늦게 해서 다리까지 못쓰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났다.


병원에서는 석고를 자르는 톱으로 조산아의 여린 다리를 찢고서도 괜찮다고 했다. 피가 흐르는 상처를 석고로 덮어야 하는데 괜찮다니, 정형외과가 저지른 실수와 무성의에 대해 소아과에서 치료와 사과를 받았지만 더 이상 믿을 수도 견딜 수도 없었다. 나를 살린 그 병원을.


어린이 전문 병원으로 옮긴 후에도 깁스와 여러 차례에 걸친 시술과 수술, 교정기 착용, 검진이 반복되었다. 날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였을까, 프리랜서로 일하며 육아를 했는데 우리 아기는 무척 예민하고 잠이 너무 없었다. 걸음이 늦어질 땐 걷지 못하는 건 아닌지 무섭기도 했지만, 끝이 없을 것 같던 치료가 최근에 종료되었고 지금은 잘 뛰는 건강한 아이다. 이렇게 다행스럽게 마무리가 되기까지 길고 긴 시간들이 있었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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