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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백작

아빠, 엄마 좋은 점만 닮았으면 좋으련만.

by Lydia young

"내 마음의 얼굴은 아수라 백작 같아!"

"아빠 같은 마음이었다가, 엄마 같은 마음이었다가!"

불도저 같은 남편의 성격과 소심한 나의 성격을 고루 갖고 태어난 작은딸의 푸념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필요할 때 남편은 무조건 "해봐!", 나는 "잘 생각해 봐!"라고 얘기합니다.

작은딸은 남편의 성격을 많이 닮았습니다.

작은딸은 "아빠의 성격이 있으니까 이렇게 밀어붙여 해나가는 거야!"라고 얘기하면서도

"엄마 성격도 있어서 소심함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주저주저할 때가 있어!"라며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때면 자신에게 화가 난 듯 자조 섞인 얘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빠, 엄마의 좋은 점만 닮았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 딸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자식들에게 엄하셨던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잘 참아야 한다.

'내가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하며 살아라.'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란 우리 4남매는 소극적이며 자존감도 높지 않은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현재 상황에 적응하며 튀지 않으려고 하는 소심한 성격. 성인이 된 후 가끔 4남매가 모이면 아버지의 교육 방침이 잘못되었었다며 성토하기에 바빴습니다. 힘든 시절을 살아내던 아버지에겐 그 방법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자식들에게는 강하고 엄한 아버지의 성정 때문에 엄마의 성격은 숨어 빛을 발하지 못해 두 분이 같은 성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막냇동생이 "엄마가 요즘 힘이 없으시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요즘 엄마랑 통화할 때면 약간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습니다.

치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느라 좀 힘드신가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무슨 일 있으시대?" 하고 물으니, 동생이 "노인 일자리에서 반장하고 무슨 일이 있었나 봐." 하는 겁니다.


엄마는 아파트 앞 공원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진행하는 공원 청소를 주변 어르신들과 하고 계십니다.

그곳에 팀의 반장이 있는데 연세가 90 가까이 되신 어느 연로하신 어르신의 청소 구역을 좀 더 힘든 곳으로 배정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엄마는 잘하고 계신 어르신을 왜 꼭 그 자리로 옮기게 하느냐고 항의하시고는 마음이 편치 않으셨나 봅니다.


"우리 엄마한테 그런 면이 있었어?" 하니 동생이 "우리의 바른말 팩폭은 엄마를 닮았었나 봐." 하며 웃습니다.

가끔 나의 바른말 팩폭에 상처를 받은 작은딸이 "엄마는 잘 보듬어 줘야지 팩폭을 날려?" 하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며 '아~~ 나에게도 아수라 백작 같은 양면이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보며 내가 딸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게 되고, 딸을 보며 내가 엄마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이 나의 안 좋은 부분을 꼭 닮은 모습을 볼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모의 좋은 점만 닮아 태어나고 자란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부모의 모습 중에 좋은 점을 보고 따라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부모의 좋은 점만 닮은 자녀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의 아버지 엄마의 좋은 점을 따라 해 보려는 노력, 나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라는 얘기가 있듯이 나이가 들더라도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내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좋은 점만 물려줄 수 있도록 이러한 나의 마음이 내리사랑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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