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야. 착한 널 늘 응원해.

고등학교 졸업하면 당장 내년부터는 성인이 될 텐데, 너희들이 많이 걱정돼

by 보건쌤 김엄마

KF94 마스크를 쓰고도 끈 조절 라인을 바짝 더 당겨 볼에 완전히 밀착시켜 마스크를 착용한 준호.

작은 키에 뚱뚱한 몸.

키는 165cm, 몸무게는 112kg이다.


"다디담임 선생님께 보건실에 간다고 말씀드리고 내려왔어요. 수숨이 잘 안 쉬어지고, 두두두 두통이 있어요. 주말에 청계산을 갔는데, 그 그 그때부터 근육이 당기고 많이 힘들었어요. 엄엄엄마가 운동하라고 하셔서 같이 갔었는데, 많이 올라가지는 못했어요. 잠은 푹 잘 잤어요. 오후 5시쯤 잠들어서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났어요.."


정신과 외래 진료를 온 듯한 말투였다.

짧은 진료 시간 내에 의사를 향해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또박또박 잘 말하려고 노력하는 환자의 모습 같았다.


말을 살짝 더듬는 아이.

아주 천천히 말하지만 또박또박 잘 말해보려고 노력하는 아이.

수염도 다리털도 수북수북 한 청년이다.

고3이지만 어린이처럼 순수한 아이.

"두통과 호흡곤란이요"라고 말하며 보건실을 찾는 준호.


준호는 중학교 3학년 때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하나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가끔씩 화가 나서 난폭한 행동을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고 차분히 말했다.

조현병.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던 schizophrenia.

생각과 느낌, 지각과 행동 등에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다.


뇌 안에 있는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고 뇌의 해부학적인 이상과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등을 발병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준호는 등교하여 1교시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2교시엔 보건실에 내려온다. 보건실 침대에 누워 한 시간 쉬어가고, 3교시엔 특수반 수업을 듣는다.


코로나로 인해 점심 급식을 학년별로 나누어 실시하다 보니 고3인 준호는 3교시가 끝나고 11시 정각에 급식을 먹는다. 식사를 하고 학교 산책을 한 바퀴 돈 후 보건실에 와서 물을 한 잔 마시고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특수반 수업을 한교시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

준호는 늘 혼자 다닌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준호는 지금의 고3 학생들보다 두 살이 많다.


중학교 때 조현병이 발병하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1년을 휴학했고,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1년을 쉬었다. 병원 치료를 잘 받고 약도 꾸준히 복용한 결과 망상과 환청이 감소했지만, 게을러져서 잘 씻지 않았고 무표정하며 살이 많이 쪘다. 말할 땐 침도 조금씩 흐르고, 발음이 어눌하여 바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그간 얼마나 많은 이 있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천천히 차분히 이야기하는 준호가 가여웠다.

힘들었던 몇 년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면 안 될 상황이라 꾸욱 참았다.

학교별 요보호학생 명단을 체크해보면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공황장애 등의 명칭이 적지 않게 보인다.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정신 증상을 살펴 보면 대체로 '불안''우울'이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그토록 불안하고 우울하게 하는 것일까?


정신과 내에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가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학자, 작업치료사, 언어 재활 물리 치료사, 정신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협업을 하여 팀 치료가 이루어진다.


발달장애는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성장 과정 중에 생긴 뇌의 손상으로 인해 아이의 지능과 운동, 언어와 감각 등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이다. 그 나이쯤 어떻게 자랄 텐데... 하는 예상을 빗나가 그때 이루어져야 할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 5세를 기점으로는 평가와 진단을 받고 불편한 부분을 관리하고 치료받으며 살아간다.


선천적 장애 없이 잘 크던 아이가 초, 중, 고를 거치며 조금 다르게 자라는 듯하더니 급기야 이상행동을 보여 조현병이나 조울병 진단을 받게 되면 학생 본인도 가족도 그 질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매우 버겁고 힘들어한다.



고3 어느 교실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준호가 엎드려 자고 있었고,

평소처럼 씩씩 쌕쌕 숨소리를 거칠게 냈을 테다.


고3 학급은 얼마나 살벌한가!

중간 기말고사 사이에 모의고사와 수행평가까지

큰 산 작은 산 매일이 전쟁인 고사미들


그날따라 한 학생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다.

엎드려 자는 준호가 거슬렸고, 거친 숨소리가 많이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특수반이지만 학급 수업과 특수반 수업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그 시간 교실에 머물던 준호에게 시끄럽다고 조용해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잠이든 준호는 듣지 못했다고 했고, 친구는 준호를 흔들어 깨웠는데...

좀 세게 밀었던지 준호 책상이 흔들흔들거리다 옆으로 기우뚱하여 넘어질 뻔했다고...


잠이 깬 준호는 순간 화가 났고, 자신을 때리려고 하는줄로 착각하여 상대 학생을 확 밀어버렸다.


살이 많이 찌고 덩치가 있는 준호의 힘에 그 친구가 뒤로 나가떨어지며 벽에 머리를 부딪혔고,

상처는 없었지만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여 병원에 다녀오는 그런 일이 있었다.


그 일로 올 해 첫 학교 폭력 사건이 접수되었다...

준호 어머니는 우울증 약을 드신다고 했다.

대화는 무리 없었지만 기운도 없고 목소리도 작았다.


머리를 부딪힌 학생의 어머니께는 나와 담임 그리고 교감 선생님이 그 상황을 충분히 설명드렸다. 그 학생 어머니는 이해는 하신다면서도 평소에도 불편함이 많이 있었다고 하셨다. 몇 가지 대책을 요구하셨다.



학폭은 복잡하게 얽힌다.

그 상황만 살피는 게 아니라 전후 정황 그간의 시간도 살핀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정식으로 열리기 전 교내 학폭 위원과 교사, 변호사와 학부모 위원들이 사전회의 차 모이게 된다. 줌으로 회의가 진행되었고, 사안의 안타까운 면에 다들 별 말 없이 한숨들을 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준호는 순전히 자신이 잘못했다고 한다.

오해를 했고, 잘못을 했다며. 친구이자 동생인 그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학폭은 오해가 풀어지지 않고 사과나 반성이 없으면 단계 단계가 계속 진행된다.


준호와 준호 어머니의 사과로 사안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나는 상대방 학생이 누구인지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매일 보는 준호가 너무나 측은하고 안타까웠다.


"서서선생님 제가 잘못한 거예요. 사과했어요. 미안하다고 하구요, 다음부터는 보보건실에 와서 잘게요. 오오오해를 했던 것 같아요. 저 조졸업은 해야 하니까요."


준호는 그로부터 일주일간 근신을 했다.

매일 아침 보건실에 오던 준호가 나타나지 않자 마음이 찝찝하고 걱정이 많이 되긴 했지만, 연락을 따로 해보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일주일과 또 공휴일이 지나고 거의 열흘 만에 보건실에 다시 온 준호. 수염이 더 자라 있었다.

군소리하지 않고, 면도 왜 안했냐고 아저씨 같다고 농을 건넸다.


씩 웃으며 늘 그렇듯 차분히 또박또박 말한다.

"다담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내려왔어요. 두두두통이 있고 수숨이 막혀서요. 보보보건실에 좀 누워있어도 될까요?"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늘 그렇듯 잠을 많이 잤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고 한다.


뭐든 칭찬해주었다.

잠을 푹 잤다고 하는데도 칭찬해주었고,

두 개씩 끓이던 라면을 하나만 먹었다고 하여 폭풍 칭찬해주었다.

아파트 3층이 집인데 계단으로 올라갔었다고 하여 또또또 칭찬해주었다.


살아가는 환경도 살아가는 이유도 다 다르다.

아픔도 고통도 어찌 같으랴

고3이지만 초등학생 같은 순수한 우리 준호

내년이면 졸업을하고 사회인이 될 텐데

그땐 네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늘 걱정되는구나.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에어 파스를 뿌리고 가는 정환이

바닥 타일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며 뛰어다니는 진석이

"동우야 안녕"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지만,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라고 늘 같은 대답을 하는 동우

코로나 걸릴까 봐 불안하다며 마스크는 두장을, 하얀 면장갑을 늘 끼고 다니는 지환이

"저는 김정빈 입니다. 보건실 물은 안전한가요? 아리수는 냄새가 나서요. 물 좀 떠가도 되죠?라며 같은 시간 보건실 정수기를 찾아오는 정빈이

우리 학교의 소중한 구성원. 소중한 너희들.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을 잘 보듬어 안고 챙겨주면서 같이 걸어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생의 주기 언덕 언덕에서 기다려주는 이들의 손길을 맞잡아 당겨주고 끌어주며 같이 가길 바란다.

오롯이 혼자 해낼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따스한 눈길을 나누면 좋겠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 착한 준호와 정환이 진석이 동우 지환이 정빈이가 앞으로 갈 어디서든 안녕하길 바란다.





--- 내용의 이름들은 모두 가명이며, 사례를 구성화하여 각색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