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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글마음 May 13. 2024

마흔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흔들리며 피는 꽃이어라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사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한 번쯤은 꿈을 좇아 미친 듯이 질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자신이 문득 무엇을 향해 질주했는지 멈칫할 때가 생긴다. 

그 시기는 대략적으로 마흔을 앞둔 시기. 


대입과 동시에 취업준비하는 대학생 시절을 지나, 

취업과 동시에 결혼준비하는 사회초년생을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간다 느낄 때 느끼는 공허함. 

자신은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디쯤에 존재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의문을 갖는 혼란한 시기. 


그때야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며, 

주변을 돌아보건대 무엇을 이루었는지 점검하자 비교의식과 더불어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는 시기.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자신을 찾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터닝포인트

그래서, 마흔이 넘고 나면 마흔을 앞둔 청춘들에게 꼰대처럼 하는 말이 많아지나 보다. 


한참을 흔들리고 나서야 자신을 알아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다시 해야 할지 주섬주섬 정리를 할 때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지인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흔들렸다', '흔들린다'하는 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중심잡기에 불과하다. 

혼란, 공허와 같은 말은 내부의 자신을 비웠기 때문에 생긴 결과에 불과하다. 

고로, 자신만의 길(my way)을 만들 자신감과 자존감이 필요한 것이다. 자아의 힘! 이 없이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다. 남과 비교한다는 것,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은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눈이 왜곡되었다는 뜻.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전참시에서 이영자 님이 했던 말이 결국은 우리 모두의 청춘들에게 하는 말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한 까닭은 거북이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뚝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부심, 자신을 너무 잘 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 





시간이 갖는 인간의 선물은 자신을 바라보는 지혜이다. 

세상만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은 바로 마음의 여유로부터 나온다. 

왜곡되지 않은 시선, 즉 객관화는 여유롭게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깨닫는 지혜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이토록 마흔 즈음에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유는 너무 바쁜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바람에 흔들리며, 비바람에 흔들리며, 자연의 섭리에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훈련이 오래 필요한 존재임을 인정하자. 곧 중심추가 곧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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