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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28. 2024

더 만족스러운 직업 상담

스킬 의존 금지

직업상담사의 상담실에는 다양한 고민을 안은 내담자가 찾아온다. 이들과 함께 차곡차곡 어느 정도 상담 경험치를 쌓은 직업상담사라면 특별한 능력이 생기게 된다.


[System Message: 내담자 판별(패시브 스킬) 획득!]

[스킬 설명]   

표정과 걸음걸이로 내담자의 상담 적극도를 대략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인사와 주변을 정리하고 앉는 모습으로 내담자의 성격 유형을 대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질문으로 내담자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대략 판별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 판별 스킬은 상담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우리 직업상담사에게 여러모로 굉장히 유용하다. 상담의 적극도가 낮은 내담자라면 흥미를 끌 만한 미끼(?)를 던져서 상담 자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간혹 상담실을 나설 때 까지 적극도가 낮은 경우도 있지만, 열심히 미끼를 던지다 보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때 알 수 없는 성취감이 몰려온다) 유추한 성격 유형으로는 직무 추천이나 취업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민을 예상할 때 유용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일한 브런치북의 직업선호도검사 붙잡고 늘어지기(1), (2) 글에서 설명한 적 있다.


그런데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면,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이라는 것이다. 즉 획득하면 항상 효과를 발휘한다는 건데… 이것의 설명을 다시 올려다보면 알 수 있듯이 효과는 ‘대략’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스킬로 얻어낸 추정 정보는 (당연히!)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예로 들자면, 앉자마자 상담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꺼내고, 침착한 어투와 꼼꼼한 기록을 해내는 내담자가 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내담자의 전공이 회계학이었고 현재 전산회계 1급과 전산세무 2급을 취득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 사람이 회계 관련 직무를 희망하겠구나.’ 하고 아주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럼 전공과 직무도 일치하고 자격증도 갖췄겠다, 아마 이 내담자가 원하는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법이나 면접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과거에 나는 예시와 유사한 조건의 다소 말수가 적은 내담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더 물어 확인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결론을 내려 ‘이걸 원하겠구나’하고 억측한 방향으로 일방적인 정보 제공을 했던 적이 있다. 예상이 가듯이 내담자는 상담이 끝나 나가는 순간까지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상담을 마친 나 역시도 찜찜한 기분이 이어졌다. 내담자에게 만족스러운 상담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때, 상담 사례와 경력이 점차 쌓일수록 내담자에 대한 선입견도 어쩔 도리없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내담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상담이 아주 위험하게도 신규 내담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결국 상담은 상담대로 진행하면서 만족도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이후부터, 내담자에게 더 만족스러운 상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이 생겼다. 패시브 스킬과 질문으로 내담자의 정보를 파악한 이후 꼭 아래의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상담을 통해 알고 싶은 것,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있나요?

상담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신가요?


대게는 첫 번째 질문만으로도 내담자를 만족시킬 만한 방향을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을 던져본다. 상담사의 판단에 따라 내담자에게 제공할 상담 절차와 정보가 정해지고 나면 확인 작업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 그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이번 상담에서는 OOOO에 관해 알려드리고 OOOOO를 해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간혹 절차상의 이유로 형식적으로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해야만 할 때도 있는데. 위의 질문을 조금 수정해서 사용한다.   


진로 방향이 명확히 정해졌고 준비도 착실히 잘하고 계시네요. 좋아요. 큰 고민도 없고 상담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지 않으셨어도 괜찮습니다. 그럼 이번 시간에는 취업 준비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위주로 제공해 드릴게요. 어떠세요?


이렇게 상담 절차를 미리 안내하면, 사실은 취업 고민이 딱히 없어서 머뭇거리고 머쓱해하던 내담자도 대체로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부담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이후 정보 제공 과정에서 내담자는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고민이 문득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내담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한 절차를 설정한 뒤, 내담자의 의견을 물어본다. 이렇게 단순한 과정만으로도 ‘맞춤형 상담’에 더 가까워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다소 뻔해서 식상하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의 소통이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단순한 게 최고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결론도 단순하게 한 줄로 정리해볼까. 직업상담사로서 내담자에게 더 만족스러운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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