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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21. 2024

직업선호도검사 붙잡고 늘어지기(2)

예술형(A), 현실형(R), 탐구형(I)

(이어서)


예술형(A)은 스스로를 표현하길 좋아하는 유형이라 생각한다. 다소 선입견이 섞여 있지만 예술형 성향이 강한 내담자는 외형에서도 개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예술형의 옷장은 알록달록하고 관습형의 옷장은 무채색에 가까울 수 있다는 말에 유독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예술형은 업무 수행 내용에서도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두 명의 디자이너에게 동일한 레퍼런스를 전달해도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흥미도 높은 편이기에 프리랜서 근무, 잦은 출장, 단기 계약직 근무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편이다. 상담실에서는 예술형과 관습형이 동시에 높은 다소 모순적인 결과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사회와 가족이 요구하는 안정적이지만 끌리지 않는 직업과 스스로 열정을 느끼지만 불안정적인 직업에 관한 고민에 오랜 시간 머문다. 그럴 땐 안정적 직장에서 비교적 창의적인 직무를, 창의적 산업군에서 행정 관련 직무를. 또는 안정성을 갖춘 직장과 만족감을 주는 취미생활 사이에서 워라밸을 맞춰보길 권한다.


사물 지향의 현실형(R)은 사회형과는 정 반대유형이라 볼 수 있다. 현실형이 굉장히 높고 특징이 또렷해서 기억에 남는 내담자가 한 명 떠오른다. 1시간의 상담 동안 눈 마주침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나 제공하는 자료나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정보 수집에는 굉장히 열의를 보였던 내담자였다. 이 유형은 일의 실행이 가장 우선이므로 외적인 부분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니 상담에서 정보수집이 목적이라면 그 밖의 일에는 그닥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런 성향 덕분에 집중력이 필요한 기술 직무나 자칫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양질의 업무 성과를 보인다. 공학 전공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유형이기도 하다. 이들이 불안을 겪어 상담실을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들은 뭔가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으면 곧장 이미 얻어둔 힌트를 활용해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들이 상담실에서 어떤 답변을 듣고자 한다면, 국가기술자격 중 취득이 가능한 부분이나 기술직 훈련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직업에 관한 정보는 부수적인 것까지 모두 아울러 전달하기보다 꼭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낮은 확률로 만났던 탐구형(I)는 덕질하는 인간 물음표라고 생각한다. 사회 현상이나 인간, 심리, 철학, 우주, 생물, 자연, 환경, 과학 등 덕질을 할만한 학문적인 분야에 대체로 긍정적 호감을 보인다. 진학이나 취업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보다 지식 그 자체에 호기심을 느끼며 한 분야를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팀을 이루어 함께 토론하면서 빠른 결론을 도출하기 보다는 분리된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업무 수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유형이 높게 나왔다면 마치 진취형이 한 번쯤은 창업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처럼,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해 봤을 확률이 높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탐구형은 대학원을 고려하지 않을 시, 탐구형을 살린 직무를 만나기가 어려운 편이다. 이들이 고민에 빠지는 경우는 스스로에게는 왕왕 있던 일이라 상담에서 고민에 관해 특출나게 표현하지는 않으며, 만약 고민을 상담사에 전달하는 경우에는 꽤 논리적인 생각 정리를 마친 후일 가능성이 높다. 간혹 석사 이상의 학위가 없더라도 연구직으로 지원이 충분히 가능한 기업/산업 분야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 보길 권한다.


직업선호도검사로 내담자의 특징을 단박에 알 수 있다거나 꼭 관련 직무로 나아가야만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특히 내담자가 희망하는 직업, 또는 현재 수행 중인 직업이 내 직업선호도와 다르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포기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직업 내에서도 특성에 따라 조금 더 선호하는 업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 명의 내담자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희망한다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각자 선호의 유형이 다르다면? 관습형이 높다면 보건직 공무원, 현실형이 높다면 수술실 간호사, 탐구형이 높다면 연구직 간호사 등과 같이 업무 수행의 세부적인 특성에 따라 더 알맞은 근무지에 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가능하다. 그러니 직업선호도검사의 결과에 따른 추천 직업을 올바른 길인 것처럼 내담자에게 권해서는 안 되며, 내담자의 경험과 환경 등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외부 요소와 마찬가지로 진로 선택에 참고하면 좋을 요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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