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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Mar 02. 2024

프로그램을 꾸리거나 강의를 하거나

상담이 아니라면

직업상담사들은 학교와 공공기관, 정부 정책 수행 기관, 학원 등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 그런데도 직업상담사는 체감상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직업상담사를 만나고도 우리의 정체를 정확히 모른 채 지나치거나 정체는 알더라도 정확히 무슨 일을 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처음 만나게 된 사람(대부분 중장년 이상)이 하는 일을 물어 ‘제 직업은 직업상담사입니다’하고 답했음에도 다음번 만남에서 ‘무슨 일을 하신다고 하셨죠?’하고 다시 질문을 받는 때도 있다. 그리고 내담자 중 직업상담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고 밝히는 이들이 꽤 있는 편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국민취업지원제도(구 취업성공패키지)를 진행할 때 만나는 ‘담당자’가 직업상담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보자면, 내가 만나는 상대에게 ‘직업상담사가 상담 말고 혹시 무슨 일을 하는지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답변이 쉽게 오지 않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일이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직업상담사의 업무와 역할은 근무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띤다. 나의 경우를 설명해 보자면, 상담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은 프로그램 운영과 강의였다. 흔히 접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업심리검사나 다른 도구를 활용해서 개인을 진단, 분석하고 자기 파악에 도움을 주는 강의, 또는 다수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

취업 준비를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면접 대비, 직무 및 기업 분석 등 취업 역량을 상승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 또는 다수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

유사한 진로를 희망하는 이들을 모아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프로그램

취업 관련 박람회를 운영하거나 또는 참가자로서 박람회 목적과 어울리는 내담자가 참여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특정 분야의 현직자를 초빙하여 직무 선택의 계기, 취업에 필요한 역량, 업무 수행 내용, 전망 등의 정보를 전하는 강의

진로와 취업과 연관있는 청년정책을 소개하고 활용 방안을 안내하는 강의


상담이 아닌 영역의 업무가 주어졌을 때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상담처럼 몇 번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 당연히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는 영역이다. 낯선 느낌을 일찍 해소하기 위해 내가 경험한 팁을 전하려고 한다.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때는 유사하게 진행된 프로그램의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돌발상황과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지난 계획서나 보고서를 보면 무얼 유심히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대체로 예산과 진행 시간, 장소, 진행 방식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를 쥐고 직접 진행해야 하는 때에는 가능하면 일방적인 시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참여자가 적극적일 수 있도록 그들끼리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시간을 꼭 포함하는 편이고, 만약 시간과 환경이 여의찮다면 활동지를 제작해 직접 펜으로 써보거나 실습으로 내용을 체득할 수 있도록 진행했었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지 고민하기는 어렵지만, 일방적인 전달 방식보다 확실히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내담자들이 상담하지 않을 때의 직업상담사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나도 이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프로그램 운영이나 강의가 크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으며 의외로 흥미롭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동료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이 영역은 꽤 취향이 나뉘는 곳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거나 프로그램 운영이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꽤 있는 편인데 오히려 좋다는 반응도 있었고, 강사 초빙에 어려움을 겪어 난감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더러는 직접 강사로 서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프리랜서 강사 활동까지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반기지 않는 이도 있었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건 간에 직업상담사에게 이런 경험은 스스로의 역량을 높이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꾸리거나 강의를 하거나 우리는 대상자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계속해서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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