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Mar 09. 2024

더 욕심내는 직업상담사

주력 스킬, 뭐로 할 건데?

모든 직업이 그렇듯, 직업상담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교사가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수가 늘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며, 의사가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이들처럼 직업상담사도 가장 대표적인 업무가 상담일 뿐이다. (사실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상담만 한다면 우리의 목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그럼, 상담 외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홈페이지 또는 SNS에 상담/프로그램 홍보 진행, 유관기관 및 부서에 홍보 요청, 내담자 데이터 관리, 상담 및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 예산 관리 및 집행, 그 밖의 행정, 진로/취업 상담(비대면 포함), 강의, 집단 프로그램 운영, 직업훈련 상담, 직업 정보 수집 분석 및 가공, 내담자를 위한 자료 제작, 행사 운영, 정부 지원 사업 운영, 직업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구직자 발굴, 구인구직 매칭, 알선 사례관리 등등이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떤 기관에 근무하느냐에 따라서 이 중 일부는 전혀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업상담사로서 첫 직장에서의 선배 직업상담사(팀장급)들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명확했었다. 그래서 강의 기획 운영과 프로그램 진행, 상담 관련 행정 업무, 집단 상담 운영, 대기업, 공기업, 공학계열, 인문계열 등 각 분야에 전문가처럼 보였다. 그때의 나는 직업상담사가 의외로 상담 외 업무가 제법 있다는 것을 막 알게 된 시기였고, 내가 나중에 어떤 분야를 더 잘하게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다.


그런데 직업상담사가 그냥 직업상담사이면 되지, 꼭 더 잘하는 분야가 특별하게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직업상담에 진심으로 대한다면 연차가 쌓일수록 조금 더 지식을 쌓고 싶은 분야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직업상담에 시큰둥해지더라도 스스로 잘하는 분야를 알고 주로 맡아 수행한다면 훨씬 일이 수월할 것이다. 작게는 어떤 내담자를 대할 때 또는 어떤 정보를 전할 때가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면 좋겠다.


중소기업 지원자를 위한다면 기업 탐색과 분석법을, 공기업 지원자를 위한다면 필기시험 준비법과 NCS기반의 이력서/자기소개서 및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대기업 지원자를 위한다면 필기시험 준비법과 토론/발표/상황/AI 면접에 대해 전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내담자의 준비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선호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업심리검사를 기반으로 자기 이해 과정을 거친 후, 직업 선택의 기준을 만들고 진로 탐색을 지원할 것이다. 진로는 정했으나 구체적 방법을 모르는 경우에는 자격훈련 과정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고 채용 사이트 활용법과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안내하게 될 것이다. 직업과 기업을 모두 명확히 정한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첨삭과 면접 컨설팅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는 경력 기술서 작성법과 이전 일 경험과 이직의 계기를 점검할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대상자는 누구인가?


상담 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담사에 따라서 그룹 상담 운영이 더 잘 맞을 수도, 강의가 즐거울 수도, 정책과 노동 관련 상담에 더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는 내가 강의를 진행하는 것 보다 1:1 상담을 압도적으로 훨씬 좋아한다고 예상했었으나, 강의를 경험하다 보니 상담과는 또 다른 매력과 보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법과 정책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관심조차 크게 없었으나, 내담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당하게 겪는 어려움에 그저 나아지길 응원하는 것 보다 노동법이나 지원 정책으로 직접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높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여전히 노동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청년지원정책에 대해서는 꽤 넓은 영역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담자에 한해서는 이미 잘하고 있는 지원자를 대기업과 공기업에 합격시키는 것 보다, 취업을 포기한 소위 ‘취포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정보를 제공하여 취업까지 이끄는 것에 더 흥미가 있다. (이것이 브런치에서 나를 ‘진로튜토리얼리스트’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나는 유독 청년 계층의 취업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의 멘토와 같은 선배 직업상담사는 강의에 큰 흥미를 느껴 평생교육을 전공으로 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또 다른 선배 직업상담사는 단순 취업 위주의 현 직업상담보다 생애진로상담에 더 큰 매력을 느껴 대학원을 졸업하고 관련 상담사로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니 바라건대, ‘상담을 하고 싶었던 건데, 상담 외 업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내담자에게 더 넓은 직업 세계가 있음을 안내하는 것처럼, 우리의 직업상담사 세계도 깊이 파고들수록 더 넓은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첫 취업을 망설이는 내담자에게 뭐라고 말하는가? 그것과 비슷하다. 낯설고 자신 없는 분야의 일일지라도 그 또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스스로를 던져보았으면 좋겠다. 좋고 싫음과 잘하고 못하고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 더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길 바라본다.

이전 14화 직업상담사의 윤리적 고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