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사람

함께 우산 쓰고 걸어가는 노부부

by 김작가


횡단보도에서 팔십 대 중반의 노부부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다. 우산을 쓰기는 거추장스럽고 안 쓰기는 아쉬운 비가 내린다.


헐렁한 옷차림과 느릿느릿한 걸음, 매우 즐겁거나 언짢은 기색 없이 조근조근 대화하는 모습. 어깨를 스치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노부부는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있다.


부럽다.

팔십 대 중반에 둘이 함께 걸을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평생 한 부부로 지내왔든 거친 비바람을 거치고 만난 인연이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느라 등이 굽고 오다리가 되었어도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자신들이 괜찮은 사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생전 처음 보는 내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노부부다.


신기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도 싸웠구나 싶은 사람도 있다.

행복한 연인을 보면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사이가 편안한지 불편한지 본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그 기운이 주변에 전달된다.


노부부는 나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하나의 우산 속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가까이 붙지도 않은 채 천천히 걷는다. 비바람에 흠뻑 젖는 날도 있었을 테고 우산이 필요 없는 날도 있었을 게다.


겉모양이 다가 아니다.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이고 사람마다 크기와 깊이가 다른 바다를 품고 있다. 겹겹의 경험으로 만든 주름살과 인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짐작할 뿐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을 다 알기는 어렵다. 노부부처럼 어깨를 스칠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것으로 족하다.


나의 시선이 노부부에게 머문다. 함께 걷는 모습으로 충분해 보인다. 노부부의 뒷모습까지 눈으로 따라간다.


아마도,

내가 나이 들어서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의도를 새기는 중인가 보다.


처서가 지나면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따뜻한 사람과 한 걸음의 거리에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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