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보고
아침 8시.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를 지나다 신호대기로 브레이크를 밟고 멈춘다. 버스 정류장에 두 사람이 서 있다. 한 사람이 휴대폰을 만지면서 버스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한 사람은 벤치에 앉아 두리번거린다. 휴대폰 만지던 사람이 정류장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자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선다. 바닥에서 뭔가를 줍는다. 쓰레기다. 금세 양손에 쓰레기 한 줌을 쥔다. 내 시선이 쓰레기 줍는 사람을 따라간다. 마스크도 보이고 휴지도 보인다. 쓰레기를 주운 사람은 정류장 근처에 있던 쓰레기봉투에 잘 담는다. 그리고 다시 벤치에 앉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나이도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정리하는 사람의 경계가 선명하다. 내가 버리지 않았으면 지저분해도 손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공화장실에 쓰레기통이 사라지면서 핸드타월 사용하고 담을 수 있도록 설치한 통에 음료수 용기를 담아두는 경우가 있다. 그럼 사용한 핸드타월을 넣을 공간이 없어서 바닥에도 버린다. 누군가 버린 음료수 용기에 인상만 쓰면서.
음료수 용기만 빼도 사용한 휴지를 다 집어넣을 수 있을 텐데 청소를 담당하는 분이 나서서 정리할 때까지 아무도 만지지 않으려고 한다. 쓰레기가 있으면 피하려고만 할 뿐 정리는 하지 않는다. 음료수 용기를 공공화장실에 버리는 사람을 봐도 싸우기 싫다는 생각에 말을 하지 못한다.
2020년도 우리나라의 총 폐기물 발생량은 19,546만 톤이라고 한다. 건설폐기물,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 생활폐기물, 사업장지정폐기물, 사업장비배출시설계 폐기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폐기물이 8.9% 비율인데 1인당 1일 발생량이 1.16kg이다.
숫자가 긴장감을 일으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내가 하루에 1kg 넘는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매일 종량제 봉투를 꽉 채우며 살지 않으니까 내가 설마.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통계 자료의 1kg에서 도망칠 수 없다.
8월 집중호우로 서울의 일부 지역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9월에는 태풍으로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서 인명 피해가 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미래의 내 자녀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산불이 났을 때는 비가 내리기를 바라고 물난리가 났을 때는 비가 그치기를 바란다. 쓰레기가 쌓여있으면 누군가 치워주기를 바란다. 알량하게 나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면서. 쓰레기 버리는 사람에게 불편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1kg이나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플로깅(plogging) 한다며 사람을 모집하는 팸플릿을 본 적이 있다. 쓰레기를 줍고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쓰레기를 줍는 선한 행동과 사진을 찍는 과시적 행동 사이가 어색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줍는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더라도 환경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 쓰레기 줍던 사람은 주변에 있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쓰레기를 주워서 치웠다. 자기가 버린 쓰레기가 아니어도 기꺼이 정리하는 선한 영향력의 손길.
신호기가 초록색으로 바뀌어 내 앞에 정차하고 있던 자동차가 움직인다. 시선을 버스 정류장에서 거두어 전방을 주시한다. 나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액셀을 밟는다. 혼자 있던 자동차에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