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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몽골, 쉼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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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Dec 26. 2023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여섯 밤

몽골 현지 주민처럼

친구야 몽골은 한국에서 취득한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아. 오프로드가 많아서인가 하고 짐작했어. 그런데 어기 호수에서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면서 보니까 나는 아예 운전할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운전자들이 험하게 운전해. 6차선 도로가 8차선, 9차선이 되곤 해. 

한국의 명절에 고속도로 요금소 근처의 엉킨 차량처럼 울란바토르 도로가 수시로 그렇게 돼. 클랙슨이 여기저기서 울려. 교통 체증 장난 아니야. 택시가 따로 없고 지나가는 아무 차나 잡아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막힌 도로가 차량과 사람이 섞여서 아찔해.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해도 몽골에서 운전할 수 없게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나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총 6일을 지냈어. 일정에 대해서 흘러가는 대로 여행해 보자 했더니 자그마치 울란바토르에 6일이나 있었네. 현지 주민처럼.

몽골 여행에서 홉스골에 가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행들의 일정이 달라서 하루에 한 명 혹은 두 명씩 비행기 타러 갈 때마다 배웅했어. 이마트 가서 장보고 고비 아웃렛도 가보고 백화점에도 갔어. 김밥도 싸서 먹고 수제비와 초밥도 해서 먹는 등 끼니마다 한국에서보다 더 잘 챙겨 먹었지. 집 청소도 하고 쓰레기 정리해서 재활용 쓰레기와 분리하여 배출하며 현지 주민으로 사는 울란바토르의 6일이었어. 

    

친구야 몽골에 올 때 마스크 챙겨 오기를 잘했어. 울란바토르 시내를 걷다 보면 코가 아파. 건조한 데다가 자동차도 많고 공사 현장도 많아서인가 봐. 바셀린을 수시로 코에 발라주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좀 나았어. 

    

차가 막히면 그 속도에 맞춰서 가야지?

여행이 울란바토르에서 정체되었지만 생활하는 현지 주민처럼 이마트, 까르푸의 식자재 가격을 비교하고 고비 아웃렛과 국영백화점의 캐시미어 가격을 비교하며 물건을 구매했어. 자이승 전승탑에 오르며 복드 칸 궁전 박물관에서 예쁘지만 좀 비싸다고 여겨져서 사지 않았던 손으로 그린 카드를 샀어. 가죽에 그린 그림이 멋졌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서 작은 카드로 구매했어. 판매하는 분이 ‘천 원’이라고 해서 카드 두 장에 이천 원을 냈어. 자이승 기념탑 근처 가게에서 파는 잣은 이마트보다 훨씬 비싸서 안 샀어.      

기념탑에서 외몽골을 독립시켰던 수흐바타르를 기리기 위해 이름 지어진 ‘붉은 영웅’이라는 뜻의 울란바토르를 내려다보니 빌딩으로 채워지고 있는 도시가 보였어. 

340여만 명의 몽골인들 가운데 150여만 명이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대. 울란바토르의 인구밀도는 339.8명/㎢으로 전국 평균 2.1명/㎢과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지.

전승탑에서 내려다보이는 울란바토르는 비싸 보이는 아파트와 낡은 게르가 섞여 있고 건축 중인 고층 건물이 많았어. 비싼 건물들 차량만 다닐 수 있는 길도 있대. 울란바토르는 교통 체증, 대기오염, 주거 문제, 고용 문제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 새 건물이 많고 건축 중인 곳도 많아서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 울란바토르만 보면 건물과 차가 빼곡해서 자연의 나라라는 말이 좀 생경해. 그래도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가득하니 자연의 나라라고 인정해야 하려나. 

    

수흐바타르 광장 근처에는 국회의사당, 미술관, 박물관, 오페라하우스 등이 있고 말을 탄 수흐바타르 청동상과 칭기즈 칸 동상이 있어. 칭기즈 칸 동상은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칭기즈 칸 동상 아래의 계단을 오를 수 있대. 몽골인들은 졸업식이나 결혼식을 하면 동상 근처에 와서 사진을 찍는대. 계단을 오르지는 못하고.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김밥, 어묵, 치킨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어.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내가 한국의 어느 행사장에 간 건지 몽골에 있는 것인지 조금 헷갈리더라고. 

    

광장에서 음식도 사 먹고 구경하다가 전통예술 공연을 봤어. 춤, 흐미와 마두금 연주, 곡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 흐미는 음색이 다른 두 소리를 동시에 내는 창법이야.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듯 신기한 소리를 내.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리 두 개가 겹친 것 같기도 해. 한 사람이 두 사람 목소리를 내는 듯한 창법은 초원의 바람 소리를 묘사했다고도 하고 새들에게서 배웠다고도 해. 흐미는 국가 행사, 가정의 잔치에서 연행된대. 아기를 재울 때도 이 창법으로 노래를 부른다는데 어떻게 소리를 내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마두금 연주가 좋더라. 첼로에 해금을 합했다고 할까. 소리가 바이올린보다 낮은데 첼로보다는 높고 해금 소리가 살짝 가미되어 자연 앞에서 겸손하고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듯했어.

     

9월에 시작하는 새 학년을 맞이해서 백화점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교복, 문구류를 판매해서 구경하는데 재미있더라. 중간에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도 있는데 수흐바타르 광장에서처럼 한국 음식을 판매해. 몽골인들이 한국 음식, 필기도구를 좋아한대. 앞으로는 여행할 때 볼펜 몇 개씩 들고 가도 좋겠어. 꼭 몽골인이 아니더라도 여행하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과 가볍게 볼펜 선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우연한 인연에 감사하는 뜻에서… 


울란바토르에서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을 자주 봤어. 백화점의 중앙에 꽃집이  있는 이유는 꽃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겠지?  지나다니면서 예쁜 꽃을 보니까 마음에도 꽃바람 부는 듯 살랑살랑했어. 화사하고 좋더라고.

 

울란바토르에서의 여섯 밤, 차 막히듯 정체되어 천천히 움직인 날들, 현지 주민처럼 살기도 괜찮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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