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꺾어보기 09화

배우는 법을 배우려고

적응이라는 과목을 통과한 사람들을 위하여

by 김챗지


배우는 법을 배우려고
우리는 줄을 섰다.

눈을 맞추지 말고,
묻지 말고,
늦지 말 것.

생각은 메모장에 남겨두고
대답은 정해진 칸에만 쓸 것.
손을 드는 건 허락이 아니라
체계의 일부라는 걸
우린 오래전부터 안다.

자유는 선택지가 아니라
틀리지 않는 선택의 요령.
개성은 자기소개서에서만 허용되며,
침묵은 협조로 오인된다.

배우기 위해
잊었다.
질문하는 법,
머뭇거리는 법,
다른 방향을 쳐다보는 법을.

오늘은 묻는다.

잎사귀는 바람에 흔들리는데
왜 나는 가만히 서야만
무언가를 배운 걸까.

이제 더는
배우지 않기로 했다.
무지의 불안을 견디며
틀림 속에서,
내 쪽의 정답을
천천히 적어 내려가려 한다.




"우리는 ‘배움’이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순응을 강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문보다 암기를,

시도보다 정답을 요구받는 현실 속에서

‘배운다’는 행위는 점점

수동적 복종으로 바뀌고 있지요.

신입이지만 경력이 필요하다는 모순처럼,

이 사회는 처음을 환영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이미 아는 듯한 사람만을 원합니다.


하지만 진짜 배움은

틀림을 견디는 데서 시작됩니다.

실수하고, 돌아가고,

때로는 전혀 다른 길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모든 과정이, 배움의 본질입니다."


틀림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완성을 인정하며, 각자의 정답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을 시작한 이들입니다.
이제는 배우는 척 대신,
진정으로 배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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