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리에서, 삶은 다시 차려진다
배는
분명히 기울고 있었지만
수저를 들었다
바다를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목으로 넘길 수 있는 만큼의 파도를
한 입씩 삼키기로 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뜨거운 밥을 떠 올리며
말했다
“이건 끝이 아니야”
부서진 나침반 대신
서로의 눈을 읽으며
남은 것들로
조용히 오늘을 차려냈다
슬픔은 반찬이 아니었고
포기는 메뉴에 없었다
우리가 먹은 것은
위기의 식사가 아니라
다짐이었다
그날의 한 끼는
심연 속에서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작은 기적이었다
"침몰하는 순간을 포착하지만,
침몰의 끝이 아니라
그 안에 피어나는,
시작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균형이 기울고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조용히 수저를 듭니다.
붕괴 위의 ‘식사’는
존재의 결심이고
내일을 향한 몸짓입니다.
우리는 절망을 씹은 것이 아닙니다.
희망을 조금씩 삼킨 것입니다."
지금,
가라앉지 마십시오.
한 입 한 입,
삶을 다시 씹어내며 나아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