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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18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길

감정은 지나가도, 태도는 남는다

by 김챗지



그날,

그냥 기분이 좀 나빴을 뿐이었다

그래서

인사를 건너뛰었고

말투가 날을 세웠다

그럴 수 있지

누구나 바닥을 치는 날이 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그날의 너는

누군가에겐

처음 본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그날의 너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됐다


기분은

바람처럼 흐르고

태도는

모양처럼 남는다


흘러간 감정 하나가

누군가에겐

지워지지 않는 무게가 된다


지친 마음이

누군가의 하루를

무너뜨리는 칼날이 되지 않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인상일 수 있으니까




"‘기분’이라는 찰나의 감정이 ‘태도’라는

영속적 인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엮어봅니다.


스스로의 상태를 흔히 일시적인 감정으로 설명합니다.

“오늘은 그냥 기분이 안 좋았어.”

하지만 그 감정은 종종 타인에게 남는 태도로 읽히며,

관계의 전부가 되기도 하지요.


처음 마주친 순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투 하나, 눈빛 하나, 무심한 무표정은

그 기억 속에 당신의 전부가 되어버립니다.

설명 없이 작동하며, 해명 없이 굳어집니다.


감정은 지나가지만, 태도는 남는다는 사실.

우리는 ‘지친 나’에게만 집중하기보다,

내가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기분이 나쁜 날, 그 기분이 날 대신해 말하지 않게.

내 마음의 구름이, 타인의 하루를 가리지 않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첫 장면일 수 있고,
그 진실을 잊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인간관계의 가장 작은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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