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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23화

입은 화를 부르는 문, 혀는 몸을 써는 칼

말은 언제나, 행위다

by 김챗지
69. 구시화지문.png


말이 먼저 나가고

뜻이 나중에 따라오면

화살은 이미 날아가고 없다


입은 닫힌 문 같지만

한 번 열리면

방 안 가득 연기를 들이는 창이 된다


혀는 작지만

몸 전체를 움직이는 칼이다


말은 칼보다 빠르고

총보다 깊으며

때로는 미소 속에

날을 감춘다


허공에 흘린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히고


가볍게 던진 농담 하나가

한 사람의 생을

비뚤게 휘게 만든다


그래서 말은

무거울수록 안전하고

가벼울수록

날카롭게 경계해야 한다


말은

소리이기 전에

무거운 책임이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 혀는 몸을 써는 칼이다.'

이 고대의 문장은

오늘날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자주 말을 가볍게 다룹니다.

습관처럼, 농담처럼,

또는 ‘의도가 없었다’는 말로

면책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말은 언제나 ‘행위’입니다.

그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간의 분위기를 흔들며,

때로는 한 사람의 생 전체를 비틀어 놓습니다.


말은 작지만,

그 여운은 큽니다.

칼은 상처를 내지만,

말은 방향을 바꿉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어.”

말은 종종 그렇게 해명되지만,

행위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판단되는 것이니까요.


이 글은 말이 가진 힘을

두려움과 책임감이라는

두 축으로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 조심해야 하고,

말로 사랑을 줄 수 있기에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무기일 수도 있지만,

말은 또한 건축물이 됩니다.

오늘 당신이 쌓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집이 되고,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한마디를 건넬 때
이 시가 잠시 손목을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말은 소리이기 전에,
당신의 품격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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