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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Jan 08. 2024

09. 어떤 기록들을 하고 있나요?

[초보 작가입니다.]

집안 책장을 기웃거리다 몇 년 전 선물 받은 책을 꺼내 들었다. 파스텔톤 인덱스가 중간중간 붙어있다. 3,000번의 기업 강의와 700명의 CEO와의 만남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전하는 한스컨설팅 한근태대표의 <고수의 질문법>이다. "이 책 정말 괜찮더라고요." 읽는 데 내 생각이 났단다. 집에 오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법을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회사 관리자들에게도 좋겠다 싶어 남편에게 추천했지만 다른 책에 밀려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특별히 궁금한 게 있었던 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책을 선택했다. 책상으로 가지고 와 곁에 두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앉아 짧은 독서를 한다. 회색 형광펜과 꺼내둔 책을 들고 침대에 앉아 이불을 무릎까지 책을 편다. 모서리를 접고, 형광펜으로 칠하다 보니 절반을 읽었다. 아침에도 일어나 <고수의 질문법>부터 다시 펼쳤다. 책 내용은 온통 질문과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독서모임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랐다. 파란 낙서장을 꺼내 마구 써 내려갔다. 오늘 내 노트에는 이런 기록이 남았다.  



 -오늘의 노트 기록 

독서모임은 매월 한 번 진행되는 '파티'다. 모임 프로그램 중 책 소개가 있다. 자신이 읽은 책이나 읽을 책을 가지고 와 소개한다. 각자 음식을 들고 와 모임에 참석하는 걸 '포트락 파티'라고 한다. 기존 책 소개가 '포트락 파티'식이었다면, 올 해는 다 함께 파티 복장을 맞춰 입는 '드레스 코드(dress code)'처럼 주제를 주고 책을 맞춰서 가져오는'북코드(book Code)'로 운영하자. 



책을 읽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노트의 낙서, 반복해 그린 동그라미, 단어와 문장. 독서모임 콘셉트과 2월 주제까지 결정했다.   


        



북리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막막하다. 한 권의 책이 장문의 글로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노트에 검은색 펜으로 대 제목을 쭉 쓴다. 인덱스와 밑줄 부분만 다시 훑으며 파란색 펜으로 키워드를 적는다. 작가가 강조하는 생각, 내 느낌, 감정. 머리로 생각할 때 막막하던 부분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조금씩 해결된다.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보면 한 권의 책 리뷰가 완성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메모와 편지 기록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소설을 완성했다. 프란츠 카프차는 일상생활과 감정을 일기로 남겼다.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트에 과학부터 미술, 공학과 철학까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남겼다. 경험과 감정, 생각을 진솔하게 쏟아 낸 일기, 주변환경을 유심히 바라보며 기록한 관찰일지, 아이디어를 기록한 영감노트, 문장구조나 단어를 수집한 단어장. 세상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기록들이 존재한다. 


2024년 나의 기록은 이런 곳에 이런 식으로 쌓이고 있다. 손 닿는 위치에 두고 수시로 꺼내보는 샌드색 다이어리. 매일 다음 날 계획을 밤에 기록해 둔다. 하루를 보내며 실행 여부를 체크해 간다. 아침에는 한 지면에 위쪽에는 계획을 좌측 하단은 칭찬과 감사, 우측 하단은 긍정확언을 기록한다. 남편 회사에서 나온 고동빛 다이어리에는 일상의 모든 일정을 기록한다. 아이들 방학과 개학, 병원 방문 일, 개인 약속 등 잡다한 모든 걸 기록한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B5사이즈 오렌지색 노트는 '배움 노트'다.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표시해 두고 종종 읽는다. 파란색 노트는 낙서장이다. 수많은 동그라미, 그림, 글 맥락과 메시지, 아이디어 등 낙서와 메모가 혼재돼 있다. 올해 책 목록, 독서와 글쓰기 모임 프로그램 정리는 엑셀, 밖에서 떠오르는 글감이나 문장은 핸드폰 메모장, 필사는 전용노트에 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열어보고 수정하고, 결과를 체크한다. 수시로 들쳐보고 생각한다.    


기억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학습과 자기 성장의 도구로서, 감정의 정리와 표현을 덜어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방법의 차이는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목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꺼내봐야 한다. 단순히 '쓰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체크하고, 적극 활용해야 성장할 수 있다.    


어떤 기록을, 어디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가?

자주 들여다보는가? 기록 내용을 사용하는가? 



#기록 #글쓰기 #매일의 기록 #기록의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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