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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Jan 10. 2024

10.거대한 '퇴고'와 만나다

[초보 작가입니다]

12월 25일 초고를 끝냈다. '완성'이라는 두 글자에 자신이 없었기에 '초고완성'은 감격 그 자체였다. 두서없는 이야기, 맥락, 메시지는 일단 접어뒀다.  '퇴고'라는 단어 뒤로 밀어뒀다. '푹~ 쉬어야지' 주어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에 몰두했다. 곧 아이들 방학이니 친정에 가고 싶었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며, 집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쉬고 싶었다. '갔다 오지 뭐~' 연초 주말마다 독서모임과 개인 약속이 잡혀있었다. 끝나고 바로 내려갈 수 있게 KTX 열차표를 예매했다. 친정 가서 신나게 놀고 올 생각에 룰루랄라 마음이 들떴다.  


2024년으로 해가 바뀌었다. 일주일 휴식이 끝나가니 슬슬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초고'생각을 안 하려 해도 떠나지 않았다. 3개월을 썼는데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글'을 한 무더니 쓴 것만 같았다. 애초에 '내가 쓰고자 한 방향'이 뭐였는지도 헷갈렸다. 모든 걸 다시 써야 하면 어쩌지 싶었다. 마음이 답답해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KTX 표를 취소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친정을 갈 수는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목 빼고 '퇴고지'만 기다릴 수는 없어 독서에 집중했다. 마음이 온통 '글'에 닿아있어서인지 도서관에서 고른 책이 작가 정지우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였다. 저자는 매일 글 쓰는 작가이자 변호사다. 책을 읽는 내내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어떤 글을 쓰고 싶고, 어떤 마음으로 쓰는 걸까? 노트에 질문을 적기 하나씩 적어갔다. '쓰는 본질'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니 쓰레기 더미로만 보이던 '초고'가 흉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하던 마음도 차분해졌다. 결과가 아니구나. '쓰고자 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걱정하던 거대한 산과 만났다. 남편에게 '초고'파일을 주며 프린트를 부탁했다. 책상에 놓인 갈색 봉투를 보며 '정신 차려'라고  자신에게 외쳤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큰 덩어리의 일을 할 수 있는 양으로 쪼개는 '일 쪼개기'를 잘한다. 재빨리 뇌를 굴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하루 양과 계획을 잡았다.  


Step by Step 기법

1. 매일 두 꼭지씩 보자 

2. 새벽 6시 해당 분량 읽으며 연필로 수정 부분 표시, 내용추가는 빨간색, 보완사항은 파란색으로 

3. 새벽 작업에서 막히는 건 계속 붙잡고 있지 않기, 오후로 넘기자

4. 오후 2시 컴퓨터 작업 시작하기 

5. 매일 작업하기(주말 하루만 쉬기) 

6. 되도록 1월 말까지 끝내고 1주일간 전체 낭독 읽기로 재 수정 하기     

     


퇴고는 거대한 작업이다. 덩치가 큰 만큼 한 번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어차피, 계속 반복할 작업이다. 한 번에 과한 에너지를 쏟으면 금세 지쳐 버리고 말 것이다. 1차 퇴고에서 '잘 고치는 것보다 꾸준히 고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잃으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지치면 안 된다. 자칫, 글이 싫어져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된다. 



"삶의 모든 영역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삶에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영역 몇몇쯤은 필요하다."

_<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정지우



내게 '글'은 '삶에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영역 몇몇'에 해당된다. 추억과 관념,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자 공허하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줬다. 왜 쓰게 되었고, 쓰면서 얻은 건 무엇인지 놓치면 안 되는 것 같다. '2차 퇴고'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한다. 오늘 주어진 양에만 집중해 작업 중이다.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잡아 꾸준히 해 가고 있다. 이렇게 계속 고쳐가다 보면 언젠가 '완성'이란 깃발을 뽑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 모든 건 좋아서,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깐. 




#초보작가 #퇴고시작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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