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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Jan 02. 2024

07.글 한편 쓰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초보 작가입니다]


칼럼을 읽었다. 요즘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시선이 갔다.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 가득했다. 쭉 읽어 내려가는데 글쓰기 강의에 천명이 몰린다는 소리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사회적 주목을 받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까지라니. 놀랍다.  


글쓰기가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가 뭘까?

'자아 찾기.'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기 위한 도구로 글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자아를 찾고 성찰하려는 걸까? 자극적이고 다양한 각종 영상과 넘치는 정보의 영향이라고 칼럼은 말한다. 현대는 거대한 정보의 폭풍 속과 같다. 이리저리 휘말리느라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 그 와중에 점점 취향을 잃고, 삶의 의미조차 흐릿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만 한 게 없다.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현재를 즉시 하게 하는 것. 뉘우치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단연 최고의 방법은 글쓰기다. 자기 안의 것을 쏟아 낼수록 자신과 삶은 또렷해진다.



"글 쓰세요. 하루 30분 이면 충분합니다."  

'뭐? 30분??'


그런데, 칼럼 마지막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나에겐 절대 불가능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시길래, 어떤 글이기에 30분 만에 한 편이 뚝딱 나오나 부럽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초보자의 심정을 잘 모르는구나 싶기도 했다.






내가 쓰는 글과 걸리는 시간은 대충 이렇다.


1. 독서리뷰/북에세이

블로그에 주 2회 책 리뷰를 올린다. 관련 경험이나 느낀 점을 담은 북에세이다. 한 권의 책을 끝내면 인덱스를 붙여둔 부분, 밑줄 그은 부분 등 표시 영역을 전체 다시 훑어본다. 연습장에 책의 목차를 적고 큰 흐름을 다시 되뇌어 본다. 내 경험이나 감상 등 생각나는 키워드를 적는다. 대충 생각정리를 끝내면 블로그를 열어 대표할 나만의 한 문장을 서두에 담아 글을 쓴다. 작가 소개를 넣고, 기억하고 싶은 발췌문과 생각, 경험을 쓴다. 이때, 발췌문 수량은 과하게 잡지 않는다. 리뷰 작성은 노트북으로 한다. 글이 끝나면 맞춤법 검사를 하고 일단 저장해 둔다.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글을 열어 퇴고를 진행한다. 쓰는데 1~2시간, 퇴고 10~20분. 30분 만에 쓰는 건 절대 불가능이다.     



2. 칼럼에세이

칼럼 목록을 훑으며 칼럼을 고른다. 노트에 요약하며 찬찬히 글의 의미를 생각한다. 와닿는 문장이 있으면 다행이다. 대부분 흘러가 버린다. 다시 글을 읽고, 노트에 낙서를 한다. 말하고 싶은 주제를 잡고, 제목을 고심한다. 노트북을 열고 그제야 쓰기 시작한다. 내용 전반을 다루기도 하고, 특정 부분에 집중해 풀어내기도 한다. 정리와 고민의 시간을 빼도 쓰는 데 족히 1시간은 걸린다. 저장 후 휴대폰으로 글을 다듬는다. 역시, 30분으론 안된다. 턱없이 부족하다.      



3. 일반에세이

글감, 구조, 전할 메시지를 머리로 고민한다. 노트에 낙서하듯 끄적이며 생각을 풀어낸다. 구조를 잡고 어렵게 글로 옮기지만 쉽지 않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거나,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해서다. 문장을 지우고, 교체하고, 알맞은 표현을 찾고. 작업은 더디게 흘러간다. 30분쯤 됐으려나 시계를 보면 훌쩍 지난 시간에 화들짝 놀란다. 때론, 쓰는 게 너무 안 풀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일단 저장하고 노트북을 닫는다. 일부러 몸을 일으켜 주위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한다.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고, 읽던 책을 펼치기도 한다. 두뇌 환기를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아 쓸 자세를 취한다. 꼭 다문 조개 입처럼 노트북 여는데 힘이 잔뜩 들어간다. 어렵게 끝낸 후 미련 없이 노트북을 닫는다. 약간의 시간텀을 두고 핸드폰을 열어 퇴고를 시작한다.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끝'이다. 길의 길이와 상관없이 한 시간은 넘는다.



4. 모임/체험후기

모임과 체험 성격에 따라 글의 양과 질이 갈린다. 사진을 배열하고 인원, 장소, 프로그램, 방법 등 정보전달을 위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덧붙인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드디어! 30분 만에 쓰는 게 가능한 글을 찾았다.




칼럼 작성자가 '쓰는 데 30분이면 돼요.'라고 한 건 쓰기를 장려하기 위함일 테다. 사실, 메모성 글이나 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글을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건  맞지만, 마냥 쉬운 것만이 아니기에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몇 자 안 되는 글도 누군가의 고심의 결과물이다. 고민과 에너지와 시간이 함께한다. 쓰고, 지우고, 교체하길 반복해 한 편의 글이 탄생한다. 서로가 서로의 글을 귀하게 바라봐줘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쓰는 당신과 나를 응원한다.)     



#글쓰기 #쓰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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