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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Jan 04. 2024

08.글쓰기 행동과 생각의 루틴

[초보 작가입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좋아한다. 고래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 찬 에이해브 선장과, 신중한 스타벅 항해사, 유일한 생존자 이스마엘.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는 인류, 인간의 본성, 끝없는 욕심과 자연 앞에 초라한 존재 등 여운이 오래 남은 작품이다. 허먼 멜빌의 루틴은 새벽 글쓰기였다. 새벽이 <모비딕>이라는 대작을 선물했다.  


<유혹하는 글쓰기>의 스티븐은 하루 2,000 단어 쓰기를 목표로 했다고 한다. 아침 8시 글쓰기를 끝내고 나머지는 독서와 가족과의 시간으로 보냄으로써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유지했다. 작품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호텔이나 작은 도서관을 찾거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작가들도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쓴 김초엽 작가는 <책과 우연들>의 책에서 집필 과정을 위해 태국살이 얘기를 한다. 초고를 쓰기 전, 작가를 결심하기 전 이 책을 봤다. 세계를 내 집처럼 떠돌며 글 쓰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물론, 세상 모든 쓰는 이들이 글쓰기 루틴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자유롭게 작업하는 걸 즐기는 작가도 많다. 


나도 블로그를 쓰는 데 별다른 루틴이 없었다. 떠오르는 글감이 있으면 빈 화면을 열어 저장해 두거나,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 뒀다. 연습장을 펼쳐 메모를 보며 관련된 경험 등을 끌어오는 식으로 썼다. 


초고도 처음은 그냥 썼다. 대신, 장소는 정해두었다. 우리 집은 각 방에서 노트북이나 탭을 사용하고, 거실에 두 대의 고사양 데스크 탑을 두어 아이들이 게임을 하더라도 밖으로 나와서 해야 한다. 초고를 거실 컴퓨터에서 썼다. 고정식 의자에 꼿꼿한 바른 자세로 한 편 마무리할 때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었다. 특별히 시간을 정해둔 건 아니지만 가족이 다 나가고, 집안일도 대충 마무리된 이후에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로 오전에 썼고, 한 달쯤 지나니 오후에 쓰고 있었다. 


노트북에 전체 챕터를 써두고 그날 써야 할 한 꼭지에 집중했다. 경험과 하고 싶은 말을 키워드로 적고, 수정하고, 추가했다. 출근하듯 방에서 노트북을 들고 데스크톱에 초고작성하러 갔다. 그런데, 시간을 정하지 않으니 들쑥날쑥 해지기 시작했다. '내일 쓰자. 내일 쓰면 돼!' 글은 고통스러운 작업이기에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극양처방 루틴설정이 필요했다.




 

글쓰기를 데스크톱 하나로 지정하니 그 자리까지 가는 게 맘처럼 쉽지 않았다. 식탁에 앉아 거실 컴퓨터를 보며 '써야 하는데.. 좀 이따 꼭 시작하자' 마음먹길 반복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갔다. 자주 가던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어떨까 싶었다. 나는 그날 두 꼭지의 글을 썼다. 꾸준한 실천을 위해 루틴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씩 환경 변화를 주는 게 내게 맞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글쓰기 루틴의 좋은 점을 여러 곳에서 말한다. 


첫째, 특정시간, 장소 등 일관성 있는 환경의 글 쓰는 습관을 들여두면 뇌가 글쓰기 모드로 전환하는 예열시간을 단축하게 된다. 

둘째,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시간을 정해 사용해 하루를 다채롭게 사용하게 된다. 

셋째, 글쓰기 루틴은 책 쓰기처럼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은 부분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성취감을 높이는 데 좋다. 


요즘 나의 루틴은 새벽 6시 일어나 무조건 노트북 켜기다. 주로 브런치나 블로그 글을 쓴다. 물론,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바로 써지는 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날 글감을 고민해야 한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는 노트에 그적거리거나 의심의 흐름대로 쭉 써보기도 한다. 어제가 유독 글감이 떠오르지 않은 날이었다. 저녁 운동을 가야 해서 마음이 조급한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필라테스를 했다. 그런데, 못 보던 신입회원이 보였다. 꽤 연세가 있는 분 같았다. 싱그런 연둣빛 복장을 입은 모습이 마치 '저 이제 시작한 초보예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꺾고, 돌리고, 찢는 다양한 동작을 끙끙대며 힘겹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니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저거다!' 글감의 발견이다. 마침, 그날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영상을 본 터였다. "제가 지금 필라테스하고, PT 하고, 스트레칭하라고. 그래야 70세에 관절  아파서 주사 맞고 80세에 기저귀찰 가능성이 준다고." 나의 필라테스 경험기와 운동의 필요성을 엮어 글 한편을 발행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 생성하고, 채집하고, 축적해라.' 


평소 읽고, 쓰고, 말하고, 쓰는 흐름 안에서 살아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강원국 작가님의 말이다. 무조건 노트북을 켜고, 노트를 펴 그적거리니 스쳐 지나갈 일상이 글감이 되고 글이란 형태를 갖춰 세상 빛을 봤다. 특정 장소, 시간에 글 쓰는 행동도 필요하지만,  '생각의 루틴'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거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해 보거나, 보고 들은 걸 연결해 보는 것이다. '행동과 생각의 세팅' 글 쓰는 흐름 안에서 살아간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의 쓰는 당신과 나를 응원한다.)




#글쓰기루틴 #글쓰기 #작가 #쓰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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