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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Dec 29. 2023

05.매일 글 쓰세요?

[초보 작가입니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이 작가죠"


작가들은 말합니다. 몇 권의 책을 출간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는 행위가 중요하다고요.

과거, 꾸역꾸역 쓰기를 이어갈 때 이 말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책을 써본 사람 앞에 붙는 타이틀로 생각을 했어요. 작가도 구분 지어 생각했습니다. 상위레벨에 필력 뛰어난 '거대한 작가'를 두었죠. 그런 생각은 자신을 더 초라하게 할 뿐인데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왜 그토록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나 후회되는 시간입니다. 


주위 사람의 말보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좀 못할 수도, 덜해도 괜찮습니다. 지금의 저는 저에게 관대한 사람입니다. 


작가로 느끼게 하는 두 가지 핵심이 있다고 합니다. 뭘까요? 

첫째, 날 지지해 주는 사람들

둘째, 현재 글을 쓰고 있을 것


두 가지를 지닌 사람이 자신을 '작가'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쓰는 동력원이 될 테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의 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첫 문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글쓰기 관련 독서를 해도 하나같이 첫 문장을 중요하게 다룬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고요.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문장은 마치 집의 대문 같달까요. 작가들의 각양각색 집 대문을 구경하는 기분이 듭니다. 하나를 쫓으면 그것만 보이듯이 "와~ 이런 첫 문장을 어떻게 쓰는 거야!"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문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단점이라면, 쉽게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한 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선을 잡는 첫 문장은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첫 문장의 대가는 문학평론가 신형철교수입니다. 그의 모든 책을 사랑하지만 특히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좋아합니다. 책 속 몇 문장만 소개해보겠습니다. 


'너는 슬프지만 나는 지겹다'

'다시, 폭력에 대해 말해야겠다.'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각 꼭지의 첫 문장입니다. '슬픔과 지겨움'이라니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묘하게 공감됩니다. 슬픔이 길어지면 어떤가요? 슬픔의 주체자부터 얘기해 볼게요. 슬픔의 이유는 점점 흐려집니다. 충분히 슬픔을 토해내 해소가 되어 그럴 수도 있고, 슬픔에 집중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를 바라보는 주위사람은 어떤가요? 위로와 공감,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어지면 지칩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기도 모르게 지겨움이 슬슬 올라옵니다. 그 모든 상황을 "슬픔과 지겨움"으로 압축해 버립니다. "다시, 폭력에 대해 말해야겠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한 문장만 봐도 작가가 폭력에 대해 숱하게 말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를 통해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비통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보입니다. 첫 문장만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합니다. 다음 문장으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요. 교수님 강의를 듣는 학생을 무척 부러워했습니다.(아.. 20대였다면, 교수님 계시는 대학에 편입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을 소개합니다.

저는 이 분의 문장에서 '절제'를 많이 느낍니다. 힘들이지 않고 툭하고 뱉은 것 같은데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세상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철학가 김진영교수입니다. <상처로 숨 쉬는 법>은 힘든 책이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다룬 책인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호되게 당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에 대한 강의 해석을 다룬 책이거든요. 출간되자마자 독서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으로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첫 문장얘기로 돌아갑니다. 


'문장들이 범람한다.'


쓰는 사람은 격하게 공감됩니다. 처음에는 풀어냅니다. 풀어야 정리할 것도 있으니깐요. 풀어낸 것들을 한 그릇. 즉, 한 편에 잘 담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쓰는 훈련을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길다고 좋고, 짧다고 부족한 글이 아닙니다. 전자는 갈래가 무수히 많아 혼란스럽습니다. 사람의 지집중력은 길지 않습니다. 흥미를 잃게 하는 글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 후자는 서론만 얘기하다 끝난 것 같은 뭔가 들은 것 같은데 뭔지 모를 찝찝함이 남죠. 한 개의 중심 뿌리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글 쓰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읽고, 쓰고, 배워야 하겠지요.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은 '깊은 사유'를 중요히 여깁니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걸 '통찰'이라고 합니다. 글벗님 중에도 통찰력 글쓰기를 잘하시는 분이 여럿 계십니다. '나는 왜 이런 글을 못쓰는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을 써주셨기에 이렇게 읽고, 생각의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철학자 김진영 교수는 책에서 '사유는 아름다워야' 할 걸을 강조 합니다. 바라보되,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라는 말일 겁니다. 결국, '깊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이 핵심이란 생각에 도착합니다. 매일 쓰는 행위에서 다음 단계로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마음'과 '깊고 아름다운 사유'를 필두로 매일 글을 쓰고자 합니다.

  


매일 글 쓰시나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필수 요건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작가 #글쓰기 #깊은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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