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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Dec 24. 2023

04.초고에 짝꿍이 있다고?

[초보 작가입니다]

글쓰기 첫 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근무 중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사색한 조각들을 쏟아 내고 싶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스케줄 근무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오랜 직장생활의 후유증으로 사무실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생동적인 현장에 뛰어들고 싶어 공항을 선택했다. 매일이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생물체 같았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 하며 틈틈이 핸드폰 메모장에 한 줄을 썼다.


빨강 점퍼를 맞춰 입은 외국인 가족의 인상을 놓치기 전에 담았다. 핑크 빛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설레는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도 남겼다. 휴식시간에, 점심식사 후 한 줄을 더 보태고, 덜컹거리는 퇴근버스 안에서 글을 수정했다. 한 편의 글 안에는 다양한 시간과 장소가 존재했다. 매력이 되기도, 혼란함 이기도 했다. 핸드폰에 써 둔 글을 컴퓨터로 옮겨 보면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형편없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화면 크기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했다. 100일 쓰기, 다양한 오감을 활용하기, 주어진 첫 문장을 활용한 글. 몇 줄 안 되는 날도 많았지만 꾸준히 했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주저앉아 핸드폰을 열어 글을 고치기도 하고,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보완하기도 했다. 주로, 피곤한 상태로 쓴 글이라 앞 뒤 맥락이 안 맞았다. 그럼에도, 글 마감만큼은 꼭 지켰다.




코로나를 눈앞으로 목격한 곳도 공항이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공항은 방학을 맞아 해외로 가는 사람,  한국을 찾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근무경력이 오래된 언니들은 말했다.  다음 달부터는 지금보다  너 배는  바빠지니 힘들 거라고. 1월도 매일 상대하는 사람이 300명이  정도로 많은데  많아진다니. 상상 초과의 인원을 상대해   없어 걱정도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있어 살짝 설레기도 했다.


우한폐렴 코로나라는 정식 명칭으로 불릴 , 회사에서 마스크와 장갑이 나왔다. 매일 착용하고 일을 하는   불편했지만 외국사람을 상대하기에 어쩔  없었다. 공항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했다.  '별일 아닐 거라고', '사스 때도 금방 끝났다고'  말을 들으니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공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하루 평균 300명의 사람이 100, 50명.. 기하급수적으로 줄어갔다. 사람으로 가득  바닥을 드러내지 않던 공항이 반짝이는 맨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3월이 되자, 공항은  스톱 상태가 됐다. 비행기, 리무진버스. 마치 도미노게임처럼 멈추기 시작했다. 공정 상점가가  했다. 오가는 사람을 손으로   있을 정도였다. 공황상태의 공항이었다.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는 것도 글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기간을 보내며 깨달은 바가 있다.

‘무슨 일이든 방법은 있다. 찾지 못하고 있을 뿐.’

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장소, 시간, 상황은 문제 될 게 없구나. 찾으면 방법은 다 있구나.

써야 하는구나. 붙잡아 둬야 하는구나.    




쓴 글을 낭독하는 날이면 마음이 힘들었다. 처음엔 글벗 님들의 잘 쓴 글에 감탄했다. 부러워하고 배울 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일 년이 지나니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자리만 뱅뱅 도는 것 같은 회의감이 들었다. 정신과 육체 모두 휴식을 갈구했다.  


오랜 휴식을 끝냈다. 다시 글을 쓴다. 초고에 도움이 될 만한 옛 추억을 샅샅이 찾아야 했다. 과거에 써 둔 글이 도움이 되었다. 한 줄이 아쉬울 만큼.


오늘 하루는 내일의 과거다. 과거는 흘러가고, 흐릿한 추억으로 존재한다. 꺼내고 싶을 때 생생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텍스트로 담아야 보물이 된다. 그날의 감정과 기분, 온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초고에게는 짝꿍이 있다. 바로 기록이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매일을 기록해 둬야 한다. 나의 기록 저장소는 블로그다. 책 소개, 사색 가득한 글,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쓴다. 물론, 초고를 작성하며 블로그, 브런치 글까지 쓰느라 힘들다. 그러나, 기록을 하다 글 아이디어를 얻어 초고에 단락을 추가한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이 쓸수록 글 실력이 향상된다. 글쓰기 연습이 된다. 추억을 붙잡아 둬야 다음 작업 시 꺼내 쓸 재료가 많아지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방법은 있다. 찾으려 하지 않을 뿐.’

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장소, 시간, 상황은 문제 될 게 없다. 방법은 다 있다. 추억을 보물로 붙잡아 둬야한다.



#초고 #글쓰기 #기록의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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